스페인 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가 유럽 프로축구를 평정할 당시 주축이었던 미드필더 차비 에르난데스(41)가 6년 만에 감독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차비 감독은 8일(현지시간) 바르사 홈구장 캄프누에서 열린 감독 취임식에 참석했다. 경기장에 운집한 1만여 팬 앞에서 그는 “우리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사는 라리가 12경기를 치른 현재 4승 5무 3패로 9위에 쳐져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바르사는 항상 이겨야 한다고 배웠다. 우리는 스스로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카타르 구단 알사드에서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정우영(31) 등을 지도해온 차비 감독은 시즌 도중 바르사가 손을 내밀자 알사드와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 그러나 감독 경력이 3년 차에 불과한 그에게 세계 최고 명성을 지닌 바르사의 감독을 맡기는 걸 두고 우려와 기대가 함께 쏟아지는 중이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차비 감독은 선수단 내부 질서 회복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라커룸 내부 분위기가 무너져 있다는 의미다. 그는 “라커룸에 규칙이 서 있을 때는 일이 잘 풀린다. 그렇지 못하면 일도 안 풀린다”면서 “규율이 아니라 질서의 문제”라고 짚었다. 헤라르드 피케,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선임급 선수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 선수단 개개인에게도 이례적으로 냉정한 평가를 쏟아냈다. 그는 최근 스페인 최고 유망주로 떠오른 미드필더 파블로 가비를 향해 “뛰어난 활약에 놀랐다”고 평했으나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거의 나오지 못하는 윙어 우스만 뎀벨레를 향해서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지만 정신력, 부상, 활약도는 본인 스스로에게 달렸다”고 했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새 감독이 즉각 선수단 개편 문제에 관여하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그간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키케 세티엔, 로날드 쿠만 등 전임 감독들은 선수 영입과 방출 문제에서 발언권이 적었다. 차비의 행동은 자신이 (전임 감독들과 달리) 구단 레전드로서 힘을 지녔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