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지에서 기념품 구매하는 걸 즐긴다. 그 나라 이름이 박힌 티셔츠나 머그잔 등의 기념품이 아니라 그 나라 예술가가 제작한 그림이나 조각품을 구매한다. 신인 예술가의 작품은 가격이 크게 높지 않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구매하기 좋다. 또한 새롭고 독특해서 좋다. 나를 위해 구매하는 건 아니고 전부 선물용으로 구매한다. 여행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우연히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하나둘씩 야금야금 선물할 용도로 말이다. 선착순 랜덤으로 선물하는 것이기에 상대가 어떤 성별이 될지, 어떤 연령대가 될지 모르는 재미가 있다.
인생 첫 여행에서는 친한 사람에게 줄 기념품만 샀었다. 그 기념품을 전달하기 위해 부랴부랴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이게 참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사이인데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만나는 상황이 조금 불편했던 것. 이날 이후로 친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대신 초면이더라도 우연히 인연이 닿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런 방법으로 깜짝 선물을 받게 된 사람은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기뻐했다. 이게 참 좋았다. 이 기회로 부쩍 친해진 계기도 돼서 더욱 좋았다.
지금까지 선착순 선물의 당첨자는 강연에서 만난 책방 주인이기도 했고, 우연히 소개받은 소설가이기도 했으며, 책 출간 미팅으로 만난 출판사 편집자이기도 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친한 사이라는 기준이 마음 잘 맞고 오래 알고 지낸 것도 맞지만 초면일지라도 지금 내 곁에서 함께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도 포함된다고 말이다. 기념품의 가격대가 높거나 낮거나 희소성이 있거나 없거나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선물의 주인공이 되기에 적합하다. 이런 나의 방법은 그 누구도 서운하게 만들지 않는다. 지금 내가 머무는 부다페스트에서도 아름다운 기념품을 모으고 있다. 누구와 인연이 될지 모르는 선물을 고르고 바라보는 일은 나에게 크나큰 행복이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