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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고유가·공급 병목·테이퍼링… 위드코로나 길목 돌부리들

입력 2021-10-19 04:10:01






앞으로 2주 뒤 한국 정부도 4단계 거리두기 단계를 끝내고 영국이나 싱가포르처럼 코로나와의 공존, 즉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백신접종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델타변이 바이러스 기승으로 코로나19의 종식시점 예측이 어려운 만큼 거리두기로 인해 누적돼가는 경제적 피해와 자영업자 등의 고통을 방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연구기관들은 위드 코로나가 소비와 고용을 개선시켜 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병목현상과 고유가 등으로 인한 인플레 상승 시점과 맞물려 있어 넘어야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위드코로나 경제효과는?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15일 발표한 ‘주요국의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향후 3분기 내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될 경우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 4.6%보다 1.8%포인트 늘어난 6.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달 8일부터 백신접종을 완료한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허용키로 한 미국의 경우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늘어나는 효과를 볼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추산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지난해 초부터 26개 국가의 글로벌 정상화지수(엄격성지수)와 월별 성장률 지수를 비교한 결과 정상화 지수가 높을수록 성장률 개선효과가 뚜렷했다. 10월 현재 영국 싱가포르 일본 이스라엘 등 ‘일상의 정상화’로 분류되는 국가(50)와 그렇지 않은 국가(68.29)의 정상화 지수는 완전정상화 수준을 100으로 볼 때 18.29포인트 벌어져 있다.

38개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식당 주점 관광업 등 대면수요위주로 고용수요와 구매력도 늘어나면서 현재 6% 수준인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이 내년 4분기에는 5%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관광협회는 백신보급 확대 등을 전제로 내년 전세계 관광사업 종사자가 23%가량(6200만명)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곳곳에 도사린 위드코로나 장애물들

하필 위드 코로나 추진시기가 긴축정책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동안 경기부축을 위해 투입된 정책적 지원을 축소하는 만큼 소비와 민간 투자가 메워 줄 수 있다면 잠재성장률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던 인플레 상승압력이 더욱 커지고 길어지는 등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어 테이퍼링(자신매입축소) 등 긴축을 예정대로 실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다 조기 금리인상까지 가세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 해놓은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재계, 학계, 금융업계의 전문가 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이 예상한 미국의 12월 물가상승률 평균치는 5.25%로 나타났다. 지난 7~9월 5.3~5.4%이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과 11월에도 비슷한 수치가 찍힐 것으로 가정한다면 1991년 초 이후 최장 기간 5%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한차례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했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 여파로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만에 3%대를 찍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위드 코로나는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하므로 현재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른 병목현상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원유옵션은 이미 100달러가 대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성수기인 성탄절 수요압박을 우려해 미국 물동량의 40%를 차지하는 로스엔젤레스 롱비치항을 24시간 풀가동하기로 발표해 병목 스트레스에 숨통을 터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코로나 사태 내내 화두로 떠오른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노동력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유럽과 중국에서 터진 가스와 석탄, 원유 등 에너지 가격상승 랠리가 병목현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훌쩍 넘어 7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국제원유 가격이 최대 복병이다. 시티그룹과 UBS 등은 천연가스와 석탄 부족으로 에너지 의존이 석유로 이동하고 있어 올겨울 하루 국제원유수요가 5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더 큰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 생산국들이 내년도 원유수요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어 석유 소비국들의 수요를 충족해줄 의향이 없다는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재고는 올 4분기에 13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1분기 하루 22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증산할 경우 원유재고가 쌓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산유국들의 우려는 탄소중립화 정책에 따른 압박을 우려해 원유 및 가스 탐사시설 증설을 꺼리는 분위기와 얽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가스 산업 투자는 올해 3560억 달러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약 2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달들어 미국산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경우 배럴당 100달러를 예상한 옵션거래가 원유시장에서 대세가 됐다. 지난 14일 100달러 옵션거래가 14만1500계약을 터치했는데, 이는 원유량으로 치면 하루치 생산량을 넘는 1억4100만 배럴 이상이 계약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원유자료 제공업체 퀵스트라이크는 내년말까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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