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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예수]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 신앙의 금메달리스트 되고 싶어”

입력 2021-09-03 20:05:01
현숙희 감독이 지난달 20일 서울 광영여고 유도부실에서 유도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현 감독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여자 52㎏급 결승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기술을 걸고 있다. 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현 감독이 지난 7월 25일 도쿄올림픽 유도 시상식이 열린 무도관에서 은메달리스트 아망딘 뷔샤르(가운데) 선수와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현 감독 제공
 
현 감독을 위해 늘 기도해주는 윤덕신(오른쪽) 목사. 현 감독 제공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유도 52㎏급 메달 시상식이 한창 진행 중인 지난 7월 25일 일본 도쿄의 무도관. 유도심판 16인 중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유일한 한국인 심판으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현숙희(48·여의도순복음교회 집사) 광영여고 유도부 감독의 눈은 은메달리스트 아망딘 뷔샤르(프랑스) 선수에게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25년 전 바로 이날 현 감독은 뷔샤르 선수처럼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급도 같아 감회가 더 새로웠다. 당시 결승전을 앞둔 현 감독은 주님께 기도했다. 단 한 개의 메달이라도 목에 걸게 해주신다면 앞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간증하는 증인이 되겠노라고. 그리고 그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지만, 신앙에 있어선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기도로 지금까지 왔다.

올림픽의 감동이 여전했던 지난달 20일. 서울 양천구 광영여고 유도부실에서 후학을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는 현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잠깐 유도 지도시범을 보여 달란 부탁에 그는 시범이라도 대충 가르쳐 줄 수 없다는 듯 세밀한 가르침을 꽤 오래 이어갔다. 한 학생을 가르치는 와중에도 옆에서 연습 중인 다른 학생의 자세까지 교정해 줄 정도로 온 관심은 학생들에 맞춰져 있었다. 이내 한 학생을 가리키며 “예빈이는 부모님께서도 열심히 기도하시는데 정작 예빈이 본인은 담대함이 부족하다”며 “예빈아, 시합 땐 자신 있게 해”라고 독려했다.

현 감독도 어렸을 땐 대회 때마다 2등을 해 ‘2등 꼬리표’가 붙는 등 잇따른 부침과 방황에 위축됐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안다.

현 감독은 육상선수를 꿈꾸다 중학교 1학년 때 진로 담당 교사의 권유로 유도로 전향했다. 고등학생 땐 영재발굴프로그램의 하나로 태릉선수촌에서 훈련도 받아봤다. 하지만 고2 때 국가대표선발전에서 2등을 하며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됐다. 방황하는 그의 마음을 다잡아 준 건 기도할 때마다 위로해주시는 하나님이었다.

신앙은 다섯 살 때 마당에서 놀다 동네교회 전도사님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갔다 갖게 됐다. 크레파스도 주고 맛있는 간식도 줘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네가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다 들어주시니 기도해보자”는 전도사님 말이 좋았다. 믿음은 고1 때 태릉선수촌에서 한국올림픽선교회의 윤덕신 목사를 만나며 한층 더 성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체육교구도 맡고 있던 윤 목사를 따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나갔다. 당시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힘도 얻었다.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원자폭탄 피폭 피해를 본 현지 교민들에게 감동을 줬던 순간에도, 부상을 딛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애틀랜타올림픽 때도 늘 기도로 경기에 임했다. 현 감독은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은 ‘너는 할 수 있다’는 마음과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라’는 음성을 들려주셨다”면서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에 힘쓰니 목표한 건 다 이뤄주시는 하나님을 만났고, 기도의 힘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99년 국가대표를 은퇴하자마자 주변의 권유로 심판 자격증을 땄지만, 하나님이 선수 이상으로 어렵다는 올림픽 심판진으로까지 그를 이끄실 줄은 몰랐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곤 성경 필사를 하며 준비했다. 올림픽 기간, 숙소와 비행기 안에서도 필사는 이어졌다. 그의 기도 제목은 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내 오심으로 상처받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과 “우상숭배가 많은 일본이, 기도하며 경기에 임하는, 믿음을 가진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변화돼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뿐이었다.

현 감독은 “하나님은 날 그에게로 인도하고 도와줄 천사와 같은 이들을 지금까지 많이 붙여주셨다”며 “하나님이 주신 만남의 축복을 경험하며 믿음의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갈 믿음도 자라났다”고 말했다.

광영여고 유도부원 10명 모두 이런 ‘믿음의 공동체’를 이뤄 함께 기도하고 예배하며 꿈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한마음이 되니 각종 대회 단체전에서 우승도 휩쓸었고, 부원 중 6명은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대표로도 뽑혔다. 신앙을 강요하진 않았지만, 교육 측면에서 신앙이 주는 효과를 체험하니 학부모와 학생 모두 한마음이 된 결과다.

현 감독은 “제자들이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바라지만, 무엇보다 각자의 삶에서 기도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제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며 “한국올림픽선교회와 함께 동역하며 체육계에 기도하는 군사들이 많아지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며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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