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가정예배 365-8월 23일] 사나 죽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입력 2021-08-23 03:10:01


찬송 : ‘환난과 핍박 중에도’ 336장(통 383)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빌립보서 1장 14~24절

말씀 : 빌립보서는 사도 바울이 감옥 안에서 쓴 편지입니다. 감옥 생활이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조용히 기도와 묵상에 전념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빌립보서를 읽으면서 바울이 감옥에서 고심했던 묵상의 자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첫 번째 고민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로마 당국이 바울을 처형할지, 아니면 풀어줄지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울은 지금 죽음이냐 생존이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 사람 같으면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는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복도에서 조그만 소리가 나도 불안에 떤다고 합니다. 바울은 어떠했나요.

바울은 기도하면서 죽는 것이 좋을지 살아남는 것이 좋을지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얻은 결론은 죽어도 좋고 살아도 좋다는 것입니다. 죽으면 육신의 고통을 벗어나 순교의 면류관을 받으니 영광이고, 살아남으면 그동안 다하지 못했던 선교 활동을 계속할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유익입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바울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를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니”(20절)라고 고백합니다. 한마디로 ‘사나 죽으나’입니다.

바울의 두 번째 고민은 동역자들에 대한 소문에서 비롯됐습니다. 바울이 감옥에 갇힌 후에 유별나게 전도에 열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전도하는 것은 좋지만 그 동기가 불순합니다. 그동안 교회에서 바울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는데 바울이 없는 사이에 열심히 전도해, 주도권을 뺏어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바울이라는 거목에 가려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가 바울이 감옥에 갇히자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바울은 견딜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복음 전파를 주도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다니 바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들이 전도에 힘쓰면 동기야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그리스도가 전파되는 것이니 이것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겉치레로 하나 참으로 하나 무슨 방도로 하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또한 기뻐하리라.”(18절) 이 말을 요약하면 ‘그러거나 말거나’입니다.

‘죽으나 사나’ ‘그러거나 말거나.’ 이 두 가지 깨달음을 얻은 후에 바울의 마음에는 불안과 분노가 사라지고 평안과 기쁨이 넘쳐났습니다.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죽으나 사나’보다 ‘그러거나 말거나’가 더 필요할 듯합니다. 누군가 근거 없이 우리를 헐뜯고 비난할 때, 억울한 누명을 썼을 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을 때, ‘그러거나 말거나’는 참으로 유익한 처방이 될 것입니다.

기도 : 하나님, 살든지 죽든지 오직 예수님만 높이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