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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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예배 365-8월 13일] 고맙고 부끄럽고

입력 2021-08-13 03:10:02


찬송 : ‘아 하나님의 은혜로’ 310장(통 410)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누가복음 13장 6~9절


말씀 : 주인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었는데 무화과 열매가 열리지 않았어요. 주인이 화가 나서 나무를 찍어 버리라고 하니까 일꾼이 일 년만 참아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그러면서 일꾼이 말합니다. “이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9절) 여기에서 ‘열매’가 헬라어로 ‘칼포스’예요. 이 대목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열매라는 말이 단수로 되어 있더라고요. 단수 복수가 있잖아요. 복수는 여러 개이고, 단수는 한 개를 가리켜요. 무화과나무의 열매, 거름을 주고 잘 가꾸어서 내년에 열리기를 바라는 그 열매가 많은 열매가 아니고 단 한 개의 열매라는 것입니다. 주인이 바라는 것은 무화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딱 한 개만 달려 있어도 좋겠다는 겁니다.

한 개의 열매. 저는 이 말씀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 하나님은 참 욕심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왕이면 열매가 많이 달려야지 달랑 한 개 달려 뭘 하겠다는 건가요. 그거 한 개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요. 아예 안 달리는 게 낫지요. 우리 사람들 같으면 ‘겨우 한 개 달렸어. 베어버려!’ 그랬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달라요. 한 개만 달렸어도 봐 주겠다는 거예요. 한 개만 있어도 용서해 주겠다는 거지요.

어떤 분이 그래요. 하나님은 참 무서운 분이라고. 오늘 말씀도 보면 주인이 아주 무서운 분인 것처럼 생각돼요. 일꾼을 막 닦달하잖아요. ‘이 나무가 왜 이래. 찍어버려.’ 화가 잔뜩 나서 일꾼을 혼내잖아요. 엄한 분 같아요.

하지만 곰곰 생각하면 또 다른 면이 보여요. 주인이 3년을 기다려 왔다고 하잖아요. 3년 기다렸으면 무던히 기다린 거예요. 참고 기다리는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또 일꾼이 사정하니까 못 이기는 척하면서 1년을 더 봐주잖아요. 이게 하나님의 본 모습이에요. 겉으로는 큰소리를 땅땅 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다립니다.

하나님이 우리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많이 있겠지요. 주일도 잘 지키고 봉사도 잘하고, 기도도 잘하고 찬양도 잘하고, 헌금도 잘하고 말도 예쁘게 하고 그러면서 겸손하고, 세상에 나가서는 사람들에게 칭송받고, 이렇게만 하면 100점이지요. 하지만 이런 사람이 어디 있나요. 정자 좋고 물 좋고 경치 좋고 사람 좋고, 그런 데가 어디 있나요.

하나님 눈에 차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다행히도 하나님은 눈높이를 확 낮추었어요. 다 잘하면 좋지만 딱 한 가지만 잘해도 좋다고 하셨어요. 저는 여기까지 생각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한없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한 가지라도 잘했으면 우리 하나님이 이렇게 애태우고 속을 썩지 않았을 텐데요. 이런 생각을 하니까 한편 고맙고, 한편 죄스러웠어요. 하나님, 고맙습니다. 또한 송구스럽습니다.

기도 : 자비의 하나님, 저 같은 죄인을 용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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