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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하나님의 선물”… 60년 의술 집대성한 ‘할렐루야 한의사’

입력 2021-05-28 03:10:01
동진한의원 원장 손수명 장로가 지난 18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 카페에서 ‘신이 준 선물 한의학’ 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60여년 한의(韓醫) 경험을 집대성한 한방 치료서가 최근 출판됐다. 한의학을 하나님이 준 선물이라는 의미로 ‘신이 준 선물 한의학’이란 책이다. ‘현대판 동의보감 임상 사례집’이란 부제가 붙었다.

한의학에서 임상 사례집이 나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전통 의학이나 동양 의학에서는 경험이 곧 실력이기 때문이다. 임상 경험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사례를 담은 이 책은 한의학 발전에도 크게 도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자는 동진한의원 원장 손수명(81) 장로다. 서울 종로 새사람교회에서 장립을 받은 그는 지금 경기도 양평에 있는 문호교회를 섬기고 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국민일보 ‘성서건강학’ 고정칼럼을 연재했다. 지난 18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손 원장은 경희대 한의과(1962)를 졸업, 다음 해인 1963년 25세에 서울 창신동 자택에서 ‘동진한의원’을 개업했다. 이후 50여년간 한자리에서 진료했다. 그는 경희대 대학원 한의과에서 석사학위(1975)를, 미국 사우스베일러대에서 한의학 박사학위(1988)를 취득했다. 2019년엔 고향인 양평으로 한의원을 옮겼다.

그는 명의로 통한다. 특히 중풍, 신장결석 치료로 유명하다. 이전엔 하루 환자 100여명이 한의원을 찾아 밥 먹는 시간도 부족했다. 환자들은 기다릴 공간이 없어 애를 먹었다. 지금도 양평에 하루 70여명이 찾아온다고 했다. 요즘은 우울증 신경쇠약 관절염 디스크 환자가 많이 찾는다. 한의사인 큰아들과 함께 진료하고 있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난치병, 2부는 각종 질병의 임상 사례, 3부는 한방에세이, 4부는 한방 약차, 5부는 계절 등에 따른 다양한 질병 치료와 처방 등이 담겨 있다. 한의학의 원리나 원인, 증상보다는 치료와 처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야기식으로 풀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고 이해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장인 중풍 부분에선 ‘초오’를 달여 먹고 나은 외가 쪽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처방을 설명했다. “초오 20g을 북어 한두 마리의 배에 넣고 실로 동여맨 후, 약탕기에 달여서 찐다. 처음에는 한 숟가락씩 복용하고 점차 하루 3회 세 숟가락씩 복용한다. 초오는 약성이 강해 한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손 장로는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경험하지 않은 것은 제외하고, 직접 효과를 본 것만 기술했다”며 “각종 난치병이나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말씀이 육신이 된다는 성경처럼, 한방도 철학이지만 육신을 치료합니다. 옛날 의학이지만 최신 병도 다 고칩니다. 또 양방은 최신 학문을 배운 젊은 의사가 더 잘 치료할 수 있지만 한방은 경험이 많을수록 빠르게 진단하고 효과를 냅니다. 한의는 한가지 처방만 얻어도 엄청난 수확이기 때문에 한의 후배들에게 더없이 좋은 비법서가 될 것입니다.”

손 장로는 57세에 예수를 믿었다. 아내의 근육 위축증이 심해질 때 손 장로 아버지가 교회에 나가, 기도라도 하자고 했다. 아내는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장로가 됐다. 신앙을 갖기 전엔 교만했다. “한 권사님이 오셔서 예수님이 병을 고쳐주신다는 거예요. 그때 저는 ‘나도 병을 고치니까, 나도 예수네’라고 생각했어요.”

책엔 예수 때문에 섭섭했던 일화도 실렸다. 한 보호자의 어린 딸이 척추카리에스라는 병에 걸려 척추 장애인이 됐다. 걷지도 못하고 옮겨 누울라치면 허리가 아파 쩔쩔맸다. 그 딸을 성심을 다해 고쳐줬는데 그 엄마는 하나님이 고쳐주셨다고 했다. 그 말이 예수 믿기 전엔 정말 섭섭했다고 했다. “내가 병을 고쳐줬는데 예수 믿는 사람들은 전부 하나님이 고쳐주셨다고 얘기하니 싫었다”고 했다. 그러나 “예수를 믿고 보니 그들 말이 다 이해가 됐다”며 웃었다.

“죽을병 걸린 환자 보호자가 얼마나 애타게 기도했겠어요. 그러다 나았으니 하나님이 고쳐주신 것이죠. 지금은 저도 ‘내가 뭘 고쳐, 하나님이 고쳐주시지’라고 고백해요. 저도 항상 기도합니다. 우리 집에 오시는 환자는 쉽게 낫게 해달라고요.” 그는 병이 고쳐지면 자신도 모르게 ‘할렐루야’를 외쳐 할렐루야 한의사로도 알려져 있다.

책 판매 수익금은 전액 양평군 서종면에 고등학교를 세우는 데 쓰기로 했다. 지역에 가장 시급한 문제가 일반 고등학교를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손 장로는 서종면 노인후원회 회원으로 지역을 섬기는 데도 열심이다. 그의 표현대로 “노인 중에 상노인”이지만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을 위해 제안도 하고 실천도 한다. 후원회 이름으로 산모에게 보약을 10첩씩 지원하고 금반지도 해준다. 벌써 6년째다. 매년 면사무소에 지역발전금도 내놓는다. 그는 “책 수익금이 학교 설립에 요긴한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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