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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기후위기 인식 높아가지만 기성세대와 다음세대 절박함에선 차이”

입력 2021-05-19 03:10:01
한신대 신학과 4학년인 이정규(왼쪽) 전도사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인 김정욱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기후위기 대응엔 세대별 온도 차가 있다. 다음세대가 훨씬 절박하다. 하나님 창조세계 보전에 앞장서야 한다는 믿음엔 차이가 없지만 ‘바로 지금 기후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은 젊은 세대에게 더 강하다. 다음세대를 위한 헌신을 외쳐온 한국교회가 청년들의 기후대응 목소리에 더욱 더 주목해야 할 이유다.

국민일보는 지구의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연중기획을 보도하고 있다. 1부는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를 조망하며 왜 한국교회가 나서야 하는지, 신학적 논의들은 어떤지, 해외교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살폈다. 1부를 마무리하며 기후위기를 주제로 신·구 세대 간 대담을 마련했다.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욱(75) 서울대 명예교수와 한신대 신학과 4학년인 이정규(22) 교육전도사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정규 전도사=한신대 신학과 4학년으로 1999년생입니다. 올해 1학기부터 학우들과 생태신학학회를 만들어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모태 신앙이고 지금은 서울성남교회(허정강 목사)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부 사역자로 초등학생을 맡고 있습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김정욱 위원장=저는 나이가 많습니다. 젊어 보이지만 46년생입니다(웃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하다가 지금은 명예교수이고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에 오래 몸담았고, 지금은 기환연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이사장입니다.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을 2019년 4월부터 맡아서 3년째 연임하고 있습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곧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로 격상돼 출범할 예정입니다.

-국민일보가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를 연재 중입니다.

김 위원장=굉장히 반가웠습니다. 기독교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소홀한 게 사실입니다. 천지 만물을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믿는 기독교인이 주님의 창조물을 너무 소홀하게 다루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보수적 신앙인일수록 믿음은 강한데 하나님 창조세계를 다루는 문제엔 너무 소극적이었습니다.

이 전도사=최근 수업에서 충북 청주의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하는 다리놓는교회 사례를 접했습니다. 그게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의 첫 회 현장 기사였습니다. 이후 시리즈를 챙겨 보게 됐습니다. 신문에서도 녹색교회를 다루는구나 하면서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은 4학년인데, 이 시리즈가 제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목사도 환경을 생각하며 목회할 수 있구나’란 실질적 예시가 나와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왜 기후대응에 소홀했던 걸까요.

김 위원장=자연을 정복해서 우리 말을 잘 듣도록 해야 한다는 사고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독교 신앙이 아니고 그리스 철학입니다. 그리스인은 예전 태풍이 분다고 배가 안 나갈 수 있느냐 하면서 자연을 이겨내자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개척정신으로 이를 이어받았고 유럽의 제국주의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서 전통은 하나님이 창조물 하나하나를 위해 창조하신 거지 누구를 위해 혹은 누가 이용하라고 창조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주님은 모든 걸 위해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셨습니다. 그걸 뭐 사람이 다 이용하여라 마음대로 해도 된다 이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믿음이 좋은 분들일수록 피조세계를 대할 때 잘못 받아들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이 전도사=맞습니다. 한국이 고속 성장을 달리던 시대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앞서 교회가 개척되고 성도 수가 늘어나던 시대엔 자연을 막 이용하자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복음이 부로 돌아오고 재산이 되고 그게 복으로 생각해 다른 걸 다 제치면서까지 달려가도 된다는 정신이 한국교회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곁의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 위원장=환경 이슈는 이해관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간척을 한다고 하면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교회는 중간에서 이 사람도 붙들고 싶고 저 사람도 붙들고 싶으니 말하기 주저하는 겁니다. 하지만 침묵하는 사이 간척이 진척되면 당장 어민들이 생계를 잃고 폐지를 줍거나 하는 식으로 내몰립니다. 반면 땅을 가진 사람은 간척으로 땅값 올라간다고 좋아하지요. 기후변화도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데 교회는 일단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려야 합니다. 서울 사람들 전기 편하게 쓰자고 지방 사람들이 큰 발전소 공사나 송전탑 건설로 피해 보는 건 부당합니다. 옆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두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모른 척하고 잘 사는 건 기독교 정신이 아닙니다.

-다음세대들이 기후대응에 더 적극적입니다.

이 전도사=모든 걸 기성세대의 탓으로 돌리진 않습니다. 저희도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탄소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에 반성은 필요합니다. 다만 잘못된 방향을 알았으면 판단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해는 합니다만 그런 앎에도 변화가 없어 보이기에 문제입니다. 결국 기성세대가 ‘자신들 미래가 아니라고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곤 합니다.

김 위원장=코로나19도 그렇고 지난해 사상 최장의 장마에 홍수 피해까지. 기후위기의 소산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에이즈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 돼지콜레라 등 예전에 전혀 알지 못하던 인수공통감염병이 계속해서 등장했습니다. 코로나도 이번이 절대 끝이 아닙니다. 자연계 바이러스와 세균이 800만종이라고 하는데 박쥐가 가진 바이러스만 해도 수없이 많습니다. 이런 걸 보면 신명기 28장 61절 ‘또 이 율법책에 기록하지 아니한 모든 질병과 모든 재앙을 네가 멸망하기까지 여호와께서 네게 내리실 것이니’ 말씀이 떠오릅니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각종 전염병이 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돼 시베리아에 얼어있는 엄청난 규모의 메탄가스까지 녹게 된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우려됩니다. 많은 생물 종이 멸종하리라 예측합니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통제 못 할 정도로 진척돼선 안 된다,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 이게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골자입니다. 2도 올라가게 되면 북극의 얼음이 대거 녹아버리고 산호초가 절멸하고 수십억 인구가 물 부족 사태를 겪으며 기후난민이 수억 명 발생합니다. 이런 건 지구가 받아들일 수 없기에 1.5도까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게 제어하자는 겁니다. 매우 절박한 과제입니다. 인류의 미래와 생명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특히 기독교인은 정치적인 걸 떠나서 하나님이 정성 들여 만든 창조세계를 이렇게 파괴해선 안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 전도사=너무 공감되고요.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묶기 위해선 남은 시간이 6년 200여일이라고들 합니다. 그걸 볼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습니다. 그런데도 사실 저희 세대가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당장 교회에 가서도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저희 세대는 아직 당회에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우리 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이어서 비교적 청년세대들에게 문호를 여는 곳임에도 변화는 더딥니다. 개별 교회의 당회, 지역의 노회, 중앙의 총회에까지 청년들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반영되는 구조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세대를 대표해 서로 당부 말씀이 있을까요.

이 전도사=60세 이상 목회자와 장로님들이 교회에서 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 인식은 높아가지만, 아직 체제 안에서 적극적인 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탄소 중립이 실현되는 2050년이면 저는 기후난민을 돌보거나 자연재해 피해자를 돕는 사회복지 기관목회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생존부터 우려하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지금부터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젊은 세대가 입시와 취업에 쓰는 에너지를 지역을 위해 나눴으면 합니다. 기후변화 대책인 그린뉴딜만 해도 지역 중심입니다. 모든 에너지는 지역주민이 자기가 쓰는 거 책임지고 자원순환도 지역에서 책임지자는 취지입니다. 여기서 다음세대들의 창의성이 빛을 발하면 좋겠습니다. 지역사회 뿌리가 강한 한국교회도 이를 더 뒷받침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우성규 양민경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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