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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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가늘고 긴 나뭇가지 휘추리… 그리고 ‘회초리’

입력 2019-03-16 04:50:01


‘매’는 사람이나 짐승을 때리는 회초리, 몽둥이, 곤장 같은 것을 이르는 말이지요. 그걸로 때리는 행위를 뜻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 말로는 ‘맴매’이고.

그중 회초리는 뭔가 잘못하거나 풀어진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데 쓰는 도구이지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지만 때리는 것과 회초리를 드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회초리는 미워서 때리는 게 아니라 언행을 조심하라는 경계(警戒)의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자식이나 제자가 미워 회초리를 드는 부모, 스승이 있을까요.

회초리는 가늘고 긴 나뭇가지를 이르는 ‘휘추리’와 관련 있는 말인데 휘추리를 잘라다 회초리로 쓰면서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휘추리는 ‘봄 입김 살짝 쐰 냇가 버드나무 휘추리에 하얗게 버들개지 피고…’처럼 쓰입니다. ‘등걸 없는 휘추리가 있나’라는 속담이 있는데, 부모가 있어 자식도 있는 것이니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뜻입니다. 등걸은 줄기를 자른 나무 밑동으로 그루터기라고도 하지요. 회초리의 ‘초리’는 가늘고 뾰족한 끝부분을 이르는 말로 ‘눈초리’, 뒤통수나 이마에 뾰족하게 아래로 뻗은 털인 ‘제비초리’ 등에 쓰였네요.

楚(초). 회초리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천하장사에 월등한 세력을 갖고 우쭐대며 우희라는 여자와 노는 데 정신을 팔다 유방에게 패해 초라하게 죽은 ‘패왕별희’의 주인공 항우의 나라 楚. 아직도 유방의 漢(한)과 장기판에서 싸우는 楚는 등걸에 난 휘추리들<林, 림>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괴로움과 어려움, 즉 매운 매맛이란 뜻인 ‘고초(苦楚)’(를 겪다)에도 들었지요. 화가 잔뜩 나서 매를 든 국민이 많은데 요즘 매를 버는 이도 많습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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