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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윤중식] 후성유전학과 축복의 법칙

입력 2019-02-09 04:05:01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인간 게놈에 관한 많은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인간 게놈만이 인간의 모든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유전학이 등장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후성유전학은 의학의 개념을 바꿀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특히 후성유전학은 마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포로 구성된 사람의 몸 안에는 46가지 염색체가 있으며, 2만5000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가 세포의 활동과 건강을 결정한다. 이 유전자가 잘못되면 세포가 병들어 결국 인간은 병들어 죽는다. 사람의 운명은 후성유전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 변화가 없어도 유전이 가능한, 유전자의 변화에 대한 학문이다. 결과적으로 환경이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는 후성유전의 신경인자라는 것이다. 손매남 한국상담개발원 원장은 “후성유전학은 정신적인 외상은 물론 믿음이나 영성뿐만 아니라 감정이나 신념, 인간의 모든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후성유전학은 우리의 생각과 선택에 따라 두뇌와 몸, 정신 건강과 영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과학”이라고 설명한다.

이 선택의 영향력은 우리의 영과 혼, 육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뻗어나간다. 이 선택이 수천 세대를 지나서까지 영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전자 안에 후성유전의 특징이 내재해 있으므로 어떤 사람은 알코올 중독 유전자가 있어서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우울증의 유전자가 있어서 우울증을 대물림시킬 수도 있다. 부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 유전자가 있어서 부정적인 태도로 살아갈 수 있다.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한 유전자의 스위치가 작동되지 않으면 수명이 단축되고 삶의 질이 떨어지며 행복과 건강을 잃게 된다.

아이들은 어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지만, 행동은 잘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적대적 동일시’라는 개념은 어릴 때는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을 절대 닮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동일시’란 인간의 정신 방어기제의 하나로 자아와 초자아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인 특히 부모 형제나 가까운 친척이나 사람이나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 또는 자신이 닮고 싶어 하는 역할모델의 태도와 행동을 닮아가는 과정이다.

이와 비교되는 적대적 동일시는 자신이 싫어하는 태도와 행동을 닮아간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가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그 자신 역시 폭력적인 인간으로 변해간다.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을 절대 닮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이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이 택한 선민이라는 유전자가 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음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후성유전의 축복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야 한다. 오늘날 미국을 만든 두 가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매일 기도하며 예배를 드리는 A가정의 12명 자녀에게서 다시100명의 자녀가 탄생했는데 부통령 1명과 주지사 3명 등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 수백명을 배출했다. 반면에 유흥주점을 경영한 B가정은 정신병과 알코올 중독자만 50여명이고, 제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정부 지원금으로 살아가는 자가 수백명에 달했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출 20:3∼6)

성경에는 많은 축복의 법칙이 있다. 사람들은 거두는 데만 관심이 많지만, 하나님은 분명히 심은 대로 거두리라고 말씀하셨다. 기해년 설과 입춘도 지났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성공을 위해 자신의 온갖 땀과 노력을 바친다. 어떤 사람들은 성공주의에 빠져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의 성공과 평화, 더불어 사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공은 무작정 땀만 흘려서는 되는 것이 아니다. 잘 심고 잘 가꿔야 한다. ‘심은 대로 거두리라’(갈 6:6∼10)는 말씀을 실행하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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