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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만든 예능프로 봤니? 유튜브가 만든 다큐도 재밌던데!

입력 2018-12-28 04:05:01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최초의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 넷플릭스 제공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 중인 유튜브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번 더 스테이지’. 유튜브 제공


유튜브 1인 방송을 소재로 한 예능 ‘가로채널’(SBS)의 한 장면. SBS 제공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 앞을 지키던 풍경은 추억이 돼가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기업들이 콘텐츠 생산에 발 벗고 뛰어들면서 매체 간 장벽이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방송사들은 젊은 층을 잡기 위한 ‘유튜브화(化)’에 골몰하고 있다. 인기 유튜버를 TV 안으로 끌고 들어오거나, TV와 유튜브를 통해 동시에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법이 그 변화들이다.

TV 넘보는 OTT

영상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꾼 주자는 단연 넷플릭스다. 190여개국에 걸쳐 1억37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미디어 공룡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현재까지 만든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만 수백 편에 달한다.

2016년 1월 한국에 상륙한 넷플릭스는 지난 5월 국내 한 통신사와 제휴를 맺으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첫 국내 예능 ‘범인은 바로 너!’와 ‘YG전자’를 선보인 데 이어 내년에는 김은희 작가의 ‘킹덤’과 로맨스극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을 공개한다.

유튜브는 K팝을 정조준했다. 지난해 미국 외 국가 중 최초로 오리지널 콘텐츠 예능 ‘달려라, 빅뱅단!’을 내놓은 유튜브는 올해에도 자체제작 국내 콘텐츠 3개를 선보였다. 유튜브 관계자는 “한국에서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을 통해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어필하는 힘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공개된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번 더 스테이지’의 1회 조회수는 현재까지 2200만회를 넘는다. K팝 아이돌그룹의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 ‘탑매니지먼트’ 첫 회도 공개된 지 약 2개월 만에 460만회를 넘겼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프로그램 자체제작은 유료 구독 인원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탑매니지먼트의 연출을 맡은 윤성호 감독은 지난 10월 제작발표회에서 “가입해서 결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들 OTT 기업은 전 세계에 한국 콘텐츠를 송출하는 방송국 해외 지부의 역할도 하고 있지만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통한 해외 진출은 한류의 진출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진출일 뿐”이라며 “해외 자본 종속이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자본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콘텐츠연합플랫폼 POOQ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넘버식스’는 대안적 시도다. KBS와 제작사 컨버전스티비가 공동 기획·제작한 멜로드라마로 지난 21일 공개됐다. 최정열 컨버전스티비 대표는 “방송사와 제작사, OTT 3자가 ‘윈-윈(win-win)’하는 게 목표다. 넷플릭스와는 달리 각자가 다 판권을 가지고 있다. 국내 영상 시장의 자생적 구조를 만드는 실험”이라고 했다.

‘유튜브’ 새 옷 입었지만 어색한 TV

방송사들은 유튜브 닮아가기에 한창이다. 막힌 콘텐츠 활로를 뚫고 젊은 층을 다시 TV 앞에 앉히기 위한 방법이다. 변화는 주로 예능에서 감지된다. ‘1인 방송’을 소재로 한 예능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연예인들의 1인 방송 도전기를 담은 ‘가로채널’(SBS)은 영상 유통 채널을 다각화한 경우다. 유튜브 100만 구독자를 목표로 강호동 양세형 등 스타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그렸다. 본 방송과 더불어 동명의 유튜브 채널에 스타들이 직접 기획·제작한 영상이 업로드되는 방식이다.

노사연 조세호 등이 1인 방송을 제작하는 ‘날보러와요’(JTBC)도 같은 맥락에 있는 관찰예능이다. 연예인 각자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완성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인기 제작자들을 TV 안으로 끌고 들어온 예능도 있다. ‘랜선라이프’(JTBC)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게임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나 축구 유튜버 감스트 등 유명 BJ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대화를 나누고, 영상의 제작과정까지 살펴본다.

스타들의 1인 방송 제작과정과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안방에서 만나는 건 색다른 재미다. 하지만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상당히 고전하는 모양새다. 대부분 1~3%(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독창성이 매력인 1인 방송과 달리 예능이 유튜브를 활용하는 방식은 신선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교석 TV칼럼니스트는 “되풀이된 관찰 예능으로는 1인 방송이 가진 창의성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예인들이 크리에이터보다 비전문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진입의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6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자랑하는 ‘와썹맨’이 그 예다. 지난 6월 JTBC가 운영하는 디지털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선보인 와썹맨은 그룹 god 멤버 박준형의 유별난 진행과 기존 방송 문법의 파괴로 큰 인기를 얻었다. 김 칼럼니스트는 “일반 크리에이터보다 훨씬 많은 재원과 섭외능력을 가진 방송사가 유튜브 감수성을 지니면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케이스”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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