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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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추방… 美 불법체류 한인 25만명 인권은 없다

입력 2018-12-05 04:05:01
시민들이 워싱턴 DC의 의회의사당 앞에서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글 싣는 순서

<상> 이민자 혐오·추방 공포
<중> ② 최대 위기 맞은 이민사회
<하>달라진 이민 준비 실태


미국 내 한인 불법 체류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미국 실정법을 어긴 상태에서 머물고 있어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단속에 걸리면 ‘추방 1순위’ 신세다.

미 국토안보부가 추산하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는 25만명(2014년)이다. 미국 내 전체 불법 체류자 1212만명의 약 2%다. 불법 체류자들은 신분을 위장하거나 숨어 지내기 때문에 추산이 매우 어렵다. 국토안보부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게 2014년 자료인 이유다. 한인 불법 체류자는 2007년 추정치 23만명보다 2만명이 늘었다.

미국에서 한인 이민자 인권·권익 옹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불법 체류자’ 용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서류 미비자’라고 부른다. 최영수 변호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에서도 서류 미비로 인한 불법 체류는 범죄로 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체류자로 불리든, 서류 미비자로 불리든 미국 행정부의 단속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한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뒤 미국에 숨어들어와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모든 불법 체류자가 법을 어길 것을 작정하고 미국에 머물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불법 체류자들 사이에서도 가슴 아픈 사연은 있다.

김용호(53·가명)씨는 24년 전인 1994년 2월 부인, 당시 2살이었던 아들과 방문비자로 뉴욕에 왔다. 지내다 보니 뉴욕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화근이었다. 취업 이민을 신청했다. 하지만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돈도 잃고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됐다. 김씨는 안 해본 일이 없다. 타인 명의로 산 차로 불법 택시도 해 봤고, 청소일과 식당일도 했다.

96년에 낳은 딸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태어나자마자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폐지를 시사해 논란을 빚은 ‘출생 시민권’ 제도 덕분이었다. 미국은 한국과 주민등록 시스템이 달라 불법 체류자라도 자녀의 출생 신고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시민권자가 21살이 넘으면 부모나 배우자가 불법 체류자 신분일지라도 직계가족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다. 미 국적의 딸 덕분에 김씨 부부는 지난해 영주권을 얻었다. 하지만 김씨 부부의 한숨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26살이 된 아들 걱정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결정한 ‘다카(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제도·DACA)’를 놓고 법정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법원에서 다카 폐지에 손을 들어 줄 경우 김씨의 아들은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위험에 빠진다. 김씨는 “평생 미국에서 자라온 아들이 한국으로 추방된다면 적응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자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20대 최모씨 얘기다. 그는 몇 년 전 미국 명문대학인 프린스턴대에 합격했다. 그러나 신입생 등록 과정에서 불법 체류자인 사실이 드러나 합격이 취소됐다. 3살 때 미국에 온 최씨는 평생 자신이 합법 체류자인 줄 알고 살았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가 불법 체류자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부모가 단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불법 체류자였고,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세탁소를 운영해왔다. 그는 지금 불법 체류자에게도 입학을 허가하는 한 주립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최씨 역시 다카가 폐지되면 추방 대상이 된다.

주미대사관은 3일 “우리 국민의 미국 내 체류신분과 상관없이 재외국민의 안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체포·구속·추방 등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나 인권침해가 없도록 국토안보부, 이민국 등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뉴욕=하윤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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