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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보병 갑옷 100여년 만의 귀환

입력 2018-05-30 19:30:01


조선시대 갑옷이 독일 수도원의 기증으로 10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은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인근에 위치한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관장 테오필 가우스)에서 기증한 조선시대 갑옷(사진) 한 벌을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갑옷은 조선 후기 보군(步軍)이 입었던 면피(綿皮) 갑옷으로, 국내외 현존사례가 많지 않다. 갑옷은 길이 101㎝·어깨너비 99㎝이며, 안쪽에 갑옷 착용자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이○서(李○瑞)’ 묵서가 있다. 면직물 겉감에는 둥근 못을 촘촘하게 박았고, 연화당초무늬 인문(印文)이 선명하게 보인다. 안감에는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흑칠을 한 가죽 3겹으로 만든 갑찰을 부착했다.

재단은 2017년 선교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손상이 심한 이 갑옷의 보존처리를 협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한 수도원이 기증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수 경위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으나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신부들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1910∼1920년대로 추정된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차미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윗옷 겨드랑이 아래에 덧댄 천인 ‘무’가 있다. 19세기에 이르면 무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 갑옷은 18세기 이전에 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에 10여 벌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은 갑옷 반환 이전에도 2005년 10월 ‘겸재정선화첩’을 영구대여하고, 2014년 식물표본, 2016년 17세기 익산 호적 대장을 기증하는 등 20세기 전반 선교사들이 수집한 우리 문화재를 지속적으로 반환한 바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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