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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정상화 합의했지만… GM ‘먹튀 우려’ 여전

입력 2018-05-11 05:05:04
한국GM 지원 발표하는 경제부총리


GM, 대출금 28억弗 출자 전환 설비투자에 28억 달러 지원… 産銀, 7억5000만 달러 투입
‘먹튀 방지’ 비토권 확보 불구 GM, 주총 대신 이사회 통해 한국GM 공장 폐쇄 가능성도


정부와 미국 GM 본사가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패키지 지원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 내 생산기지 축소 또는 철수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분 매각 제한과 산업은행의 비토권(거부권)을 ‘먹튀 방지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GM이 극단적 결정을 했을 때 원천봉쇄한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을 감안하면 한국GM이 다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GM에 총 71억5000만 달러(약 7조7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한국GM 관련 협상 결과 및 부품업체 지역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GM 본사는 한국GM에 빌려준 대출금 28억 달러를 우선주로 출자전환키로 했다. 한국GM은 매년 15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 설비투자 등을 위해 28억 달러를 대출 형태로 추가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위한 비용 8억 달러를 별도 지원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우선주 출자 형태로 7억5000만 달러(약 8043억원)를 지원한다.

정부는 GM 측이 제시한 신차 2종 배정, 연구·개발(R&D) 투자 계획,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감축 노력 등이 진행될 경우 회생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봤다. 한국GM이 철수하면 협력업체를 포함해 총 15만6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에 선택의 여지가 많지도 않았다.

문제는 한국GM이 향후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고 충실히 경영 정상화 과정을 이행할지 여부다. 호주 사례에서 보듯 GM이 정부 지원만 받고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는 나름의 방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GM의 한국GM에 대한 지분 매각을 올해부터 5년간 전면 제한하고, 이후 5년 동안도 35% 이상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만료된 산은의 비토권도 회복했다. GM이 한국GM 총자산 20% 이상을 매각·양도할 경우 산은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GM이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일부 공장 폐쇄 등을 결정하는 상황을 막을 방법은 없다. 산은이 가진 비토권은 주주총회에서만 행사 가능하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역시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이뤄졌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GM이 떠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생산량 등을 어느 규모 이상으로 운영할지가 중요한데 공장 폐쇄와 같은 결정에 거부권을 가질 수 없다면 비토권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GM이 이번 지원을 통해 정상 궤도로 올라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3월 국내 자동차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9.6%, 12.5% 감소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상호 산업혁신팀장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과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부문에서의 경쟁 심화로 인해 국내차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한국GM의 자구책이 없다면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한국GM 협력업체 금융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한국GM 군산공장 등 협력 중소기업에 기업당 3억원 내 특례보증을 제공한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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