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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영석] 백두산 관광

입력 2018-05-03 05:05:02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오랜 꿈을 언급했다.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이다. 앞선 비공개 환담에서도 중국이 아닌 북측을 통해 백두산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준비를 잘해서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최근 한반도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개마고원을 거쳐 백두산에 오른 적이 있다. 17년 전이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이용했다. 삼지연 공항까지 505㎞ 거리를 한 시간 남짓 만에 도착했다. 허허벌판에 두 채의 초라한 건물과 낡은 콘크리트 바닥의 활주로만 존재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40여분 비포장도로를 달린 뒤, 천지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광활한 비탈길이었다. 주변 풍광은 시시각각 변했다. 8월이었지만 추위가 느껴졌다. 마침내 해발 2750m가 넘는 지점에 서서 발 아래로 천지를 바라봤다. 안개에 가려 진면목을 다 볼 순 없었지만, 대자연의 장엄함은 그대로 전해졌다.

백두산 관광의 최대 장점은 순수함이다. 지금도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청정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과거에도 백두산 관광 사업이 추진된 적이 있었다. 북한과 현대그룹은 2005년 합의 뒤 현장조사까지 벌였음에도 남북관계 단절로 없던 일이 되었다. 2007년 10·4 선언에도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이 포함됐지만, 실천되지 못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은 백두산을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하고, 삼지연 공항 보수 공사까지 했다. 북측의 적극적인 태도와 현금이 필요한 그들 내부 사정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

백두산 관광을 당장 재개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비핵화 계획을 밝히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 백두산 관광 사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포공항에서 무비자로 2시간 내 백두산까지 날아가 천지에 손을 담그는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김영석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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