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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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충동과 결단 사이

입력 2018-05-01 05:10:02


충동적 성향의 두 사나이가 곧 만나 담판을 벌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이 충동적 기질을 갖고 있다는 건 그동안 해 온 말과 행동, 정책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핵·미사일 도발을 해오던 김정은은 이젠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에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 선제타격까지 시사했던 트럼프는 “김정은이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이 잘 되고 있다”고 언급한다. 두 사람 180도 다른 말을 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도 받는다. 차근차근 복기해 보면 두 사람이 이런 상황을 만들려고 여건을 조성해왔을 가능성이 많다. 포커로 치자면 판돈을 키워서 크게 먹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김정은이 혹시 북한판 개발 독재를 계획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박정희식 경제발전 모델을 연구해봤을지도 모른다. 내부는 틀어쥐고 있으니 일단 접어두고, 미국의 체제 보장 아래 외부 원조와 총화단결로 경제 갱생을 도모하는 거다.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 약속을 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는 말은 그런 속내를 비친 것 같다. 북한 요술사가 판문점 만찬에서 5만원 지폐를 100달러로 만들어 보인 것은 꽤나 의도적이다. 남북 정상회담 뒤 열린 트럼프의 미시간주 유세에서 청중은 “노벨, 노벨”이라는 연호를 터뜨렸단다. 노벨상 후보라는 칭찬인데 트럼프가 아주 좋아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의 이익이고, 그건 오는 11월 중간선거 결과로 구현된다. 이란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해놓은 것이니 틀고, 오바마 때 더 악화된 북핵은 자신이 해결한다. 그래서 안보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 이익까지 챙긴다면 선거 전략과 미국의 이익 실현으론 최고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문재인·김정은의 도보다리 독대가 있었다. 두 사람 외에 그 대화의 깊이와 느낌을 전 세계에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한반도에 이해관계가 얽힌 강대국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도보다리 대화 내용을 토대로 김·트럼프 두 사람이 뭔가 결정을 내릴 때가 다가온다. 충동적이란 단어는 부정적이다. 시각을 달리하고 결과마저 좋으면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바뀐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충동적인가, 아니면 결단력이 있는 걸까.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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