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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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여행” “군대는?” 들뜬 젊은이들… ‘통일 무관심 세대’의 반전

입력 2018-04-30 05:10:02


靑 청원게시판 기대 만발 “군복무·예비군 훈련 축소 서울에 옥류관 분점 내자”
토목·건축학 “이제 꽃길”
회담 생중계, 감성적 연출… 실용적 세대 폭발적 관심


‘한반도 비핵화’ ‘연내 종전선언’ 등 파격적인 내용이 판문점 선언에 포함되면서 통일에 관심이 적었던 청년층도 들썩이고 있다. 군대·취업·입시·여행 등 청년세대 이슈와 해빙 무드가 시작된 대북 관계를 연결지은 핑크빛 전망도 쏟아졌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군대와 관련된 각종 청원이 올라왔다. ‘종전선언이 되면 예비군 훈련을 축소·폐지하자’ ‘평화협정을 맺으면 군복무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SNS에서도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내용과 함께 군대 이슈가 언급됐다. 한 블로거는 “예비군 1년차이기에 더욱 이 땅에서 전쟁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극적인 대화 국면으로 바뀐 게 정말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남북이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는 “그럼 군에 가지 않아도 되느냐”는 기대 섞인 질문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통일되면) 개마고원이나 백두산에서 근무할지 모르니 군대 빨리 가라”는 우스개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트레킹이 소원”이라고 얘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 여행이 재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커졌다. 취업준비생 윤모(25·여)씨는 “이번 정상회담 선언문을 보니 철도에 대한 조항이 들어가 있던데 철도가 연결되면 개마고원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평양냉면을 놓고 “서울에 옥류관 분점을 내자”는 제안도 올라왔다.

남북 관계 개선이 대학입시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도 오갔다. 토목공학과와 건축공학과, 북한학과가 인기 학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대형 토목 및 건축공사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북한 전문가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위터에는 “토목과에 인기 없을 때 들어가서 교수님이 ‘너희들, 통일만 되면 대박이야’ 하시는 걸 듣고 배웠다. 갑자기 전공에 비전이 생겼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청년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진 데는 판문점이라는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회담 연출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과 달리 좋은 의미에서 젊은 감성에 맞게 회담이 연출된 게 영향이 컸다”면서 “국제적 문제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내자 젊은층의 기대와 희망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진보·보수라는 이데올로기보다 개인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관심이 단편적인 실리에만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북한과의 관계, 통일 이슈에 대한 기본적 공감의 토대가 없다보니 (청년층은) 실용주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통일 교육 등 북한과 공감대를 만들 만한 기회가 사실상 끊긴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실리적인 부분을 넘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경험이 누적돼야 통일의 기초체력이 더 튼튼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조민아 기자 eo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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