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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불가침 약속하면 왜 核 갖고 어렵게 살겠나”

입력 2018-04-29 19:05:01

“체제 보장 땐 核 불필요”… 완전한 비핵화 직접 언급
“5월 핵실험장 공개 폐쇄”… 美 요구에 先 조치 성의
文, 미·일·러 정상과 연쇄 통화… ‘김정은 속내’ 전달
南·北·美 정상회담 열어 종전선언 방안 논의 추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며 미국이 체제를 보장할 경우 완전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밝힌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한·미 양국 전문가와 기자를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직접 보여주고 검증을 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국의 선(先) 비핵화 조치 요구에 대한 일종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미국과 접촉을 강화해 양국 간 신뢰를 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폐쇄를 예고한 핵실험장이 정상 시설이라고도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폐쇄 무용론’에 대한 반박 차원이다. 김 위원장은 “일부에서 (핵실험장을)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부(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할 것”이라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초청하겠다”고 깜짝 제안했다. 핵실험장 폐쇄는 북·미 정상회담 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즉석에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핵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갱도 2개의 정상 운영 사실을 밝힌 것은 북한이 한국 언론과 외신에 나오는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우려에 대해서도 “조선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한 민족이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발적 군사 충돌에 따른 확전 위험이 문제인데,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방지하는 실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다음 달 장성급 회담을 열고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 전환 및 상호 적대적 행위 금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5월부터는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연쇄 정상 외교가 펼쳐진다. 다음 달 초에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일본에서 개최되고 중순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다. 이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 전날인 28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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