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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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청와대 가겠다”… 남북 정상회담 상설화

입력 2018-04-27 18:40:01
“평창 고속열차 좋다고 하더라 북에 오면 민망스러울 수 있다”
문 “북 통해 백두산 가보고 싶다 철도 연결되면 이용할 수 있을 것”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한국시간)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평양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방북을 권하고, 초청 시 본인도 방남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남북 정상회담이 정기적으로 열릴 가능성도 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오전 정상회담을 마치고 문 대통령에게 “오늘 걸어와 보니 우리 도로라는 게 불편하다.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다”며 “이제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면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1시간40분간 이어진 오전 회담 도중 문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권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남북 정상은 회담 전에도 문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평화의집 1층 환담장에 배치된 장백폭포와 성산일출봉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나보다 백두산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에 안 가봤다. 중국을 통해 가는 분이 많더라”며 “나는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면서도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털어놨다. 북한의 미비한 인프라를 솔직히 밝히면서 문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방북을 요청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향후 남북 관계가 더 진전되면 본인이 철도를 타고 북한에 갈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 방문 가능성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에서 평화의집까지 이동하며 김 위원장에게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이제 자주 만나자.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말 수시로 만나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회담 정례화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이자 현 정부가 수차례 필요성을 언급한 사안이다. 주기적으로 남북이 만난다면 서로 오해와 악재가 발생해도 정상 간 대화를 통해 상황을 풀어갈 수 있다. 정상회담 정례화가 현실화될 경우 장소로는 판문점이 유력하게 꼽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리만 잡을 수 있다면 판문점 회담이라는 방식은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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