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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폭스 인수하면 영화서 사라질 장면… ‘흡연’

입력 2018-04-27 05:10:02


영화사 20세기폭스의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심술궂은 이모들,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사진)은 모두 소문난 애연가 캐릭터다. 흥행몰이했던 히어로 영화 ‘데드풀’의 주인공은 심지어 총구에서 나오는 연기를 담배를 피우듯 들이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20세기폭스의 영화에서 이런 골초들은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

내년 여름쯤 20세기폭스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인 월트디즈니가 자신들이 고수해 온 ‘금연’ 정책을 20세기폭스 작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할지 주목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내 금연운동 단체들은 월트디즈니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이미 시중에 나온 다른 작품에도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문을 붙이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 주주총회에서 마블과 루카스필름, 픽사, 디즈니필름 등 계열사의 작품에 흡연 장면을 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개봉한 ‘앤트맨’과 ‘아이언맨3’를 마지막으로 디즈니 작품에서는 흡연 장면이 사라졌다. 시민운동가 46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따라 흡연을 부추길 소지가 있는 장면을 없애 달라며 보낸 공동서한을 받아들인 조치였다. 당시 20세기폭스를 소유하고 있던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은 같은 서한을 묵살했다.

시민단체들은 월트디즈니에 20세기폭스 인수에 앞서 같은 방침을 적용할 것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답을 미루고 있다. 흡연 문제와 관련해 그간 미 시민사회에서는 작품에 흡연 장면이 포함될 경우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해 자동적으로 R(성인)등급을 부여하도록 영화제작사에 압력을 넣어왔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같은 논리라면 차를 타고 과속하는 장면에도 성인등급을 표시해야 한다면서 예술성을 위한 표현까지 지나치게 제약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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