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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앞 마주 앉는 남북 정상… 평화 새역사 쓴다

입력 2018-04-26 05:05:03



 

2018년에 맞춰 탁자 폭 제작… 남북 정상 회담장 동시 입장
실내 한옥 대청마루 모티브 벽면엔 화해의 상징 ‘금강산’ 연회장엔 평화 염원 ‘백령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폭 2018㎜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다. 2018 남북 정상회담에 맞춰 청와대가 제작한 정상회담 탁자다. 과거 사각형 탁자와 달리 이번엔 타원형의 둥근 탁자로 만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남북이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이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고 말했다.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장이 공개됐다. 평화의집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상 처음 남측 지역을 방문하는 만큼 경호와 의전을 최대한 고려해 내부 공사를 진행했다.

정상회담장은 편안한 분위기로 꾸몄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한옥 대청마루에 착안한 인테리어라고 한다. 가로 15m, 세로 10m 규모의 회담장 바닥에는 파란색 카펫이 깔려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탁자 양쪽에는 7개씩 총 14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남북 정상이 앉을 의자는 흰색 등받이 윗부분에 제주도와 울릉도,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 문양이 새겨졌다. 노란색 수행원 의자는 정상들의 의자보다 조금 작게 만들어졌는데, 좌우로 3개씩 위치했다. 탁자 뒤편으론 6명씩 앉을 수 있는 배석자용 의자가 별도로 놓였다. 다만 회담 당일에는 배석자 수에 맞춰 의자 숫자가 조정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회담장에 동시 입장한다. 회담장 출입구는 총 3개다. 통상 평화의집에서 남북 회담이 열릴 경우 남측은 왼쪽, 북측은 오른쪽 출입구를 통해 각각 개별 입장했다. 남북 정상은 이번엔 문 2개짜리 중앙 출입구를 이용해 회담장에 함께 들어선다. 이어 탁자 뒤편에 위치한 단상에서 악수를 하게 된다. 탁자 위로는 직사각형 조명 7개가 설치됐고, 회담장 입구 양편엔 공기청정기가 1대씩 마련됐다. 쾌적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배치다.

남북 정상은 평화의집 1층에서 방명록을 작성한 뒤 같은 층에 있는 환담장으로 이동해 담소를 나눌 예정이다. 환담장 한편에는 서예가 김응현 작가가 쓴 훈민정음을 재해석한 김중만 작가의 사진작품이 전시돼 있다. 남과 북이 공유하는 한글을 통해 한민족임을 강조하자는 취지다. 김 작가의 작품은 훈민정음 내용 가운데 남북 정상 성(姓)의 첫 글자인 ‘ㅁ’과 ‘ㄱ’을 각각 청색, 적색으로 강조했다. 두 정상은 환담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회담장으로 이동한다.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던 평화의집 내부에는 남북 대화를 환영하는 의미를 담은 가구와 그림들이 대거 배치됐다. 예산 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가구만 새로 제작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주로 충격에 강한 호두나무 목재가 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현장을 보존할 수 있는 재료를 썼다”고 말했다.

1층 방명록 서명대는 전통 ‘해주 소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손님을 초대한 기쁨과 환영의 의미가 담겼다. 방명록을 쓰는 의자는 ‘길상(吉祥) 모양’으로 제작해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담았다.

2층 회담장 한쪽 벽면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 미술조감독을 맡았던 신장식 화백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그림이 걸렸다. 가로 6m, 세로 1m의 대형 작품이다. 신 화백은 금강산을 열 차례 이상 방문한 경험이 있어 ‘금강산 작가’로도 불린다. 기존에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미술품이 전시돼 있었지만 회담 준비 과정에서 금강산을 묘사한 작품으로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금강산을 회담장 안으로 들여와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소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의집 1층 로비 정면에는 민정기 작가의 ‘북한산’이 배치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측 땅을 밟는 북한 최고지도자를 서울 명산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다. 남북 정상은 민 작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예정이다. 3층 연회장에는 신태수 작가의 작품 ‘두무진에서 장산곶’이 배치됐다. 북한과 마주한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해안가를 묘사한 회화로, 서해를 평화의 보금자리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정상회담장을 장식할 꽃은 ‘꽃의 왕’이라 불리는 작약(모란)과 우정의 의미를 지닌 박태기나무, 평화의 꽃말을 지닌 데이지,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자생하는 야생화 등이 선정됐다. 이 꽃들은 번영의 의미를 지닌 ‘달항아리’에 담긴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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