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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기다린 ‘문재인의 꿈’… 미완의 10·4선언 현실화될까

입력 2018-04-26 05:05:03


“비서실장 때 가장 보람된 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대북정책·정상회담 의제에 공동선언 내용 대부분 담겨
종전선언·정상회담 상설화 성사 위한 논의 구체적 진행 ‘한반도 신경제지도’도 탄력

문재인 대통령이 11년간 간직했던 ‘10·4 공동선언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2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했던 문 대통령이 이번엔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다.

문 대통령은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10·4 공동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이번 회담에서 완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4일 블로그에 “비서실장을 지내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2007년 10월의 남북 정상회담이었다”고 썼다. 이어 자신이 대북 특사로 갈 예정이었지만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피랍 사건 탓에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와 이번 정상회담 의제는 대부분 10·4 공동선언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선언에 포함됐던 정상회담 상설화와 종전 선언은 이번 회담의 핵심 목표다. 종전 선언은 당시 남북 정상 간 선언적 의미에 그쳤지만 이번엔 남·북·미·중 4자 사이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11년 전의 정상회담 상설화 약속은 이번에 판문점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첫발을 뗐다.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정상회담은 준비기간이 길어 자주 열기 어렵다. 하지만 판문점 회담은 하루 일정도 가능하고 경호·의전·보도 시설도 보수가 끝났다. 당초 청와대는 정상회담 상설화를 위해 판문점을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전격 수락했다. 여권 관계자는 25일 “김 위원장이 우리가 제안한 장소 중 판문점을 선택한 것은 북한도 상설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점”이라고 말했다.

10·4 공동선언에 포함됐던 남북 상호 불가침·불간섭 및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사항은 훨씬 구체화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만나 “핵·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 성묘 방문을 제안했다. 베를린 선언이 문 대통령 대북 정책의 핵심임을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협력 확대는 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관련돼 있다.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종전 선언과 비핵화 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북한 나진·선봉과 부산을 잇는 동해 에너지자원벨트, 목포∼신의주 서해 산업·물류·교통벨트, 비무장지대(DMZ) 환경·관광벨트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북한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문화·스포츠 교류도 물꼬를 텄다. 당시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남북 공동 응원단을 보내기로 합의했고, 이번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응원단을 파견했다. 양측은 각각 서울과 평양에 예술단을 파견해 문화 교류도 재개했다. 10·4 공동선언에 명기됐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도 재추진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역대 남북 합의를 계승, 발전시켜 남북 관계를 공고히 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게 최대 목표”라며 “첫발을 뗀 만큼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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