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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70㎞로 인도 질주… 한인타운 인근서 대낮 참극

입력 2018-04-24 21:45:01




“흰색 승합차(밴)가 거의 시속 70㎞로 인도를 달리면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쳤어요. 아기와 함께 거닐던 사람이 차와 부딪혀 공중에 붕 뜨더군요. 악몽 그 자체였어요.”

캐나다 토론토의 번화가 핀치 애비뉴에서 23일(현지시간) 대낮에 발생한 무차별 차량 돌진 참사를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다. 한인타운 근처여서 한국인 사상자도 4명에 달했다.

당시 희생자 구조에 나섰던 디에고 디마토스는 CNN방송에 “밴이 처음 사람을 쳤을 때는 뺑소니 사고인줄 알았는데 차가 앞으로 더 나아가면서 네다섯 명을 더 치더라”며 “현장은 솟구치는 피와 널브러진 잔해로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가떨어진 한 남성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하려고 했으나 곧 내 팔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인근 카페 주인 첼시 루엘로는 “거기 있던 모두가 정신이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용의자 알렉 미나시안(사진)은 범행 26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방송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미나시안은 범퍼가 부서진 밴 앞에 서서 소리를 지르며 권총으로 보이는 물체로 경찰을 겨눴다. 날카로운 대치가 이어지다 결국 경찰이 미나시안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다. 나중에 현지 경찰은 용의자가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비극적이고 분별없는 공격이었다”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범행 동기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미나시안의 계획적인 범행이지만 테러 단체와 직접 연관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극우 성향의 극단주의 이념·문화에 경도된 용의자가 개인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차량을 이용한 테러는 수년 전부터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지시를 받거나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외로운 늑대’가 자주 이용해 온 수법이다. 누가 어떤 차를 몰고 어디로 뛰어들지를 경찰이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다. 또 이 방식은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은데도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정교한 계획도 필요 없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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