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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2년 만에 ‘제동’

입력 2018-04-24 19:30:01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완전한 실패로 끝나게 됐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이 전했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1월 시작한 기본소득 실험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내년 1월에 종료하기로 했다. 담당 부처가 예산 증액과 대상자 확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존 대상자들에게만 내년 1월까지 기본소득이 지급된다.

이 실험은 25∼58세 실업자 중 무작위로 선정한 2000명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월 560유로(7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대상자가 적고 액수도 충분치 않아 ‘보편적’ 기본소득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조건 없는 보조금 지급이 실업자의 구직 활동 스트레스를 줄일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정부로서는 복잡한 사회보장체계를 단순화하는 묘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실업자에게 ‘공돈’을 주는 것이니 좌파적 정책으로 보이지만 중도우파 정부가 시작한 실험이었다. 복지 시스템을 단순화해서 정부 개입을 줄이려는 의도가 컸다.

담당 부처인 사회보장국은 이렇다 할 결과를 내려면 예산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정부는 이를 원치 않았다. 이번 실험의 전반적인 결과와 정부의 총평은 내년 말 이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대신 엄격한 보조금 제도를 검토 중이다. 3개월에 18시간 이상 직업훈련을 받는 실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 제출돼 있으며, 영국에서 시행 중인 것과 유사한 보편적 크레디트 시스템의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 하나의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등 억만장자 기업인들이 기본소득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미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와이콤비네이터’는 직접 실험에 나선다. 올해 미국 2개 주에서 무작위로 3000명을 뽑고 이 중 1000명에게 매월 1000달러(108만원)씩 3∼5년간 지급할 계획이다. 나머지 2000명은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와 비교될 통제집단이다. 두 집단의 소비 등의 차이가 실험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한편 스위스에선 2016년 기본소득제가 국민투표에 부쳐졌으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성인에게 매월 2500스위스프랑(275만원), 어린이에게 625스위스프랑(69만원)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방안이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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