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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현민 모든 직책서 사퇴” 조양호 회장, ‘가족 갑질’ 사과

입력 2018-04-22 21:55:01


조현민 ‘물벼락 갑질’ 논란 열흘 만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직 도입 등 발표
‘땅콩 회항’ 때보다 3일 더 늦은 사과 일방적 사과문 배포 등 진정성에 의구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 갑질’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또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났다가 최근 경영에 복귀한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 전무를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고,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사과문을 통해 “이번 저의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 임직원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사과와 경영 배제 조치가 나온 것은 ‘물벼락 갑질’ 논란이 일어난 지 열흘 만이다.

조 회장은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신설되는 대한항공 부회장에 보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회장이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4년 전 ‘땅콩 회항’ 때와 마찬가지로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건 초기 조 전무의 ‘갑질’에 집중됐던 의혹이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 등 총수 일가 전반의 횡포와 비리에 대한 고발로 확산됐다. 이어 항공사 지위를 이용한 오너 일가의 관세 포탈 및 밀반입 의혹으로까지 번졌고 국적기로서 ‘대한’이라는 상호를 박탈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에 쇄도했다. 자칫 그룹 전반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종합 비리세트’로 번진 현 사태를 무마하기엔 이번 조치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늑장 대처도 문제지만 주말 저녁 일방적인 사과문 발표라는 형식도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4년 전에는 조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또 사건이 발생한 후 1주일 만에 조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4년 전보다 이번에는 사흘이 더 걸렸다. ‘땅콩 회항’의 교훈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총수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 여론에 직면해 전문경영인제 도입으로 응답하긴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조 회장 본인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현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측근을 전문경영인으로 앉힌 것도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등 9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에 한 직원은 “딸들만 퇴진시키고 조 회장 본인이 나가지 않는 것은 꼼수. 여기서 멈추면 언젠가 조용히 복귀할 거라는 게 땅콩 회항이 알려준 교훈”이라고 썼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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