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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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아프간 난민 겨울나기 돕는 시라큐스 한인교회 “내 이웃인데 내가 돌봐야죠”

입력 2021-12-31 11:34:00
뉴욕주 시라큐스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시라큐스 한인교회와 뉴저지 인근 교회들이 협력했다. 시라큐스 한인교회와 뉴저지 필그림선교교회 선교팀이 겨울용품을 아프간 난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모였다. (아프간 난민들은 개인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렸다)

목숨걸고 극적으로 탈출한 아프간 난민
매서워진 바람 막을 옷과 이불, 신발 등
“뉴저지 인근 한인교회들 동참 잇따라”


아프간 난민들을 위협하는 뉴욕주 업스테이트의 추운 겨울바람을 막기위해 한인교회들이 사랑의 방한벽(防寒壁)을 짓기 시작했다. 

이들 한인교회들은 12월 매서워진 바람에 떨고 있을 인근 아프간 난민가정들을 방문해 옷과 담요 등 방한물품을 전달하며 미국정착을 힘차게 응원했다. 

올 여름, 수십년간 전쟁을 견디다 갑작스럽게 고향과 조국을 떠나야 했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프간 난민들은 몸만 겨우 빠져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계절용 생필품이 없다. 겨울용 이불과 겨울용 옷들을 분배하고 있다. 

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미군 수송기에 올라타 미국정착에 성공한 인원은 5만명. 이 가운데 일부가 뉴욕주 시라큐스에 정착했으나 요즘 겨울이 매섭다. 

어린자녀 먹을 우유와 이불, 신발도 후원

이들의 힘겨운 상황을 알게된 곳은 시라큐스 한인교회(담임:지용주목사). 14년째 난민사역을 감당하는 교회라 아프간 난민들의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쟁통에 간신히 목숨만 건져야했던 터라 겨울용품이 없던 그들에게 이 교회는 당장 입을 수 있는 겨울옷과 두꺼운 외투, 이불과 담요를 모을 수 있는대로 모아 전달했다. 우유를 비롯해 배고픔을 채울 수 있는 음식류 공급도 시급했다. 팬데믹으로 정부기관과 구호단체들의 움직임이 느려졌기에 시라큐스 한인교회의 구호사역은 매우 주효했다. 

팬데믹 상황으로 구호단체 활동 느려져

지용주 담임목사는 “남편을 아프간에 놓고 2개월된 아이와 미국에 들어온 의사아내도 있고, 아내와 모든 가족을 남겨둔채 홀로 정착한 공무원도 있다”며 “자신의 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살던 엘리트층들인 이들은 언어소통도 않되는 곳에서 옷과 먹거리 등 생필품을 달라는 표현조차 하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여름, 뉴욕주 시라큐스에 정착한 난민들을 위한 '보아즈 프로젝트'(로다이미션)를 펼친 시라큐스 한인교회 전도팀들. (알줄 가운데)담임목사 지용주목사

겨울로 들어선 가운데, 이들을 따뜻하게 할 물품이 더욱 절실해진 지용주목사는 성도들과 의논해 ‘따뜻한 이불 한 장 이벤트’(One Blanket of Warmth Event)를 시작했고, 페이스북을 통해 펀드레이징(Fundraising)을 전개했다. 

뉴저지 필그림선교교회 등 교회 동참 ‘감사’

곧이어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교회들이 동참의 뜻을 알려왔다. 뉴저지 올네이션스 선교교회(담임:양춘호목사), 뉴저지 갈보리순복음교회(담임:백형두목사), 뉴저지 구세군 잉글우드한인교회(담임:최다니엘 사관)가 헌금과 물품을 보내온 것. 

뉴저지 필그림선교교회(담임:양춘길목사)는 겨울옷, 이불, 장갑, 양말, 신발, 음식 그리고 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라면과 함께 선교팀을 보내 아프칸 난민가정을 방문했다. 

방한용품이 없어 불안했던 가정마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아직까지 생활정착에 필요한 물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지용주목사의 설명이다. 
 
시라큐스 한인교회 성탄감사예배가 열린 19일, 예상 밖으로 아프간 난민들이 참석해 사역의 보람을 안겼다. 

“겨울 추위를 견디도록 돕는 것은 중요하죠. 하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낯선 타국에서 외로움과 두려움, 불안감을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으로 채우는 것이라고 봅니다. 한인교회들의 작은 손길을 통해 따스함이 채워지길 바랄 뿐입니다.”

성탄예배에 참석한 난민들...영혼구원 받길

지난 19일 시라큐스 한인교회 성탄감사예배에는 예상을 깨고 아프간 난민 20여명이 참석했다.

구원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날, 과연 영어도 못하고 한국어도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이날 예배를 이해했을지 지용주목사는 알 수 없지만 늘 묵묵히 일하시는 하나님께서 이끄시리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한편 시라큐스 한인교회는 올해로 14년째 난민사역 ‘보아즈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시라큐스 인구 10%를 차지하는 미얀마, 부탄, 소말리아, 브룬디, 이라크, 콩고 등 정착한 난민들의 영혼구원을 위해 부지런히 씨앗을 뿌리고 있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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