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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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김재열목사(9)성도들"성전건축은 다음기회에"

입력 2020-11-27 04:22:05
김재열목사(앞줄 가운데)가 1988년 카나다로 떠나기전 송상철목사(미국 애틀랜타 새한교회 담임, 앞줄좌측), 고 안만수 화평교회 원로목사(앞줄 오른쪽)와 함께 했다. 


“목사님, 간밤에 제가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교회의 새 예배당을 봤습니다. 2층 유리 건물로 돼 있는데, 골목 마지막 부분에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아주 큰 성당을 짓고 있었어요.”

당시 예배당 건축은 시기상조였다. “장로님, 꿈값을 잘 지키고 계십시오.” 두세 달 후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장로 한 분이 찾아왔다. “목사님, 정말 좋은 예배당 건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답사를 가보시겠습니까.”

그래서 교인들과 함께 가봤다. 그런데 내게 꿈 이야기를 했던 장로가 눈이 휘둥그레지는 게 아닌가. “목사님, 꿈에 보던 그 교회가 바로 이 교회입니다.”

그 건물은 캐나다 교회가 건축 중에 부도가 나서 은행으로 넘어간 물건이었다. 경매 중이었는데, 캐나다 달러로 97만 달러였다. 원래 건물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었는데, 당시 한국 돈으로 10억원쯤 되는 큰돈이었다.

건물 가격이 알려지면서 부정적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불경기에 왜 교회건축을 해야 합니까.” “구제를 해야지 무슨 교회건축입니까.” 더구나 꿈을 꿨다는 장로는 건축이 부담스러웠는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실망스러운 마음에 금식기도원에 가서 두 가지 기도 제목을 놓고 1주간 기도했다. “하나님, 이 불경기에 꼭 건축해야 합니까. 왜 우리 교인은 물질적으로 가난합니까.”

기도 중 비몽사몽 간에 하나님께서 내 혀를 뽑는 고통을 주셨다. “네가 이 혀를 잘못 사용해서 교인들이 가난해진 것이다.” 신음 가운데 주님께 물었다. “어떻게 제가 혀를 잘못 사용했다는 말씀입니까.” “처음엔 성경대로 설교하더니 이제는 교인을 위로하는 설교만 하고 헌신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

1992년 1월 주일 강단에서 울면서 설교했다. “여러분, 여러분이 가난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한 주간 기도 속에서 주신 말씀을 나눴다. “불경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비싼 건물이 우리에게 연결된 것입니다. 불경기가 오히려 기회입니다. 주님께서 이 사실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예배 후 한 집사가 목양실로 찾아왔다. “목사님, 이번 건은 포기합시다. 다음을 위해 제가 10만 달러를 미리 작정하겠습니다.” 뒤이어 장로가 들어왔다. “목사님, 저는 5만 달러를 작정할게요. 이 돈으로 다음 기회를 준비하죠.”

마치 회의를 한 것처럼 계속해서 성도들이 들어오더니 5만 달러, 2만 달러, 1만 달러 등을 작정하고 갔다. 10여명이 그렇게 작정했는데, 67만 달러였다. 건물 가격이 97만 달러였으니 30만 달러가 부족했다.

다음 주일에 강단에서 선포했다. “여러분, 이렇게 작정 헌금이 모였습니다. 다들 이번 건을 포기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자고 했지만, 67만 달러가 모였습니다. 당장 그 예배당 매입을 추진합시다.”

그리고 교인 대표와 함께 은행 이사회를 찾아갔다. “뭐라고요. 지금 가격에서 30%를 더 할인해 달라고요. 오 노. 97만 달러에서 1센트도 깎을 수 없습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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