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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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기독교계 “제한적 면책특권이 문제”, “사회적 약자와 연대를” 입장표명

입력 2020-06-05 10:58:00
한인 기독교계는 이민사회에서 인종차별은 속히 종식돼야 할 중요한 생명의 문제라는데 입장을 모으고 있다. 핸드폰 불빛으로 워싱턴D.C에서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인경찰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인종차별 반대시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인 기독교단체들도 인종차별을 반성경적 반기독교적 행위로 규탄하고, 앞으로 소수인종 권익보호에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을 속속 밝히고 나섰다. 

또 미국경찰의 과도한 공무집행권이 ‘연방법이 정한 면책특권’에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등 그 어떤 인종차별 행위도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뉴욕교협 · 뉴욕목사회 · 이보교 네트워크 등 입장발표
미국경찰 과도한 집행 견제하며 사회약자 돕는 자세 필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과 생명호흡 가진 고귀한 존재 ‘확인’

 
(좌측부터) 뉴욕교협 회장 양민석목사, 뉴욕목사회 회장 이준성목사,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위원장 조원태목사. 이들 한인 교계단체장은 경찰의 강압과 폭력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민자들의 조화로운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각 나라 민족과 인종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됐을 뿐만 아니라 그 생명 역시 하나님께서 불어넣으신 것으로 그 누구도 빼앗을 권리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 

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상황이 곧 미국사회에서 이민자로 사는 한인들의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소수인종 차별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연대의식을 갖고 동참할 뜻을 분명히 했다.

경찰 과보호하는 연방법 ‘제한적 면책특권’ 살피길

뉴욕교협 회장 양민석목사(뉴욕그레잇넥교회 담임)는 미국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은 연방공무원법인 ‘제한적 면책특권’(Qualified immunity)에 기초해 있다며 이 법의 전면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3일 오후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절제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에서 회장 양민석목사는 “미국의 많은 법률가들이 제한적 면책특권이 경찰범죄가 반복되는 원인이라고 꼬집어왔다”고 지적하면서 “과잉진압의 처벌을 빠져나갈 빌미를 준 이 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법 개정으로만 인종차별 문제가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행위가 절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 맨하탄의 한 상점이 시위대로 인해 창문이 깨지고 내부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UPI=연합뉴스>


이는 최근 방화와 약탈, 파괴로 이어지는 시위형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화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양목사는 인종차별 근절을 이루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로 “약한 자, 소외된 자, 고통으로 신음하는 소리에 더욱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강조하면서 “성령님으로 말미암은 사랑의 마음이 모두에게 가득 넘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권력은 생명보호 장치로 이 기능상실하면 않돼

뉴욕목사회 회장 이준성목사(뉴욕양무리교회 담임)도 “미국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안타까운 한 생명의 억울한 희생으로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이번 기회에 모든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어 다시는 백인우월주의자로 인한 과잉 법 집행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공권력은 생명을 보호하는 영역 안에서 행사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이것이 되레 생명을 죽이는 것으로 악용된다면 더 이상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장 이준성목사는 “우리 한인교회와 목회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 이민자들과 소수인종들을 위한 뜻 있는 기도회를 갖길 바란다”면서 “그동안 기도에 게을리한 것을 깊이 회개하여 교회와 복음전도 그리고 이민자의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전심으로 기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민자 소수인종과 연대하며 많은 차별과 싸워야

이에앞서 지난 1일 오후 일찌감치 성명서를 발표한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위원장: 조원태목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슬픔과 분노를 이해하며, 같은 소수인종으로서 그들과 연대해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에 저항해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 1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했던 자세로 바닥에 엎드린채 항의 시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종차별 철폐와 정의실현을 위한 이보교 선언문’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성명서는 “인종차별은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우발적 폭력에 의한 희생이 아닌 국가적 인종차별에서 비롯한 구조적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성명서는 이어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고귀한 존재”라고 밝히고, “모든 종류의 차별은 반사회적 불의(injustice)이며, 복음의 가르침과 상반된 죄악(sin)”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의는 감정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이 성명서는 △인종차별에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동조하는 것으로 정의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 △인종갈등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을 거부하고 반이민정책을 반대할 것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할 것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에 저항하며 싸울 것 △모든 저항과 시위는 비폭력 평화주의를 지킬 것 △또다른 소수인종 피해를 반대하며 평화 저항운동이 되도록 할 것 등 원칙을 강조했다. 
 
뉴욕온유한교회 안승백 담임목사는 지난 3월부터 매일 정오기도회를 이끌며, 코로나19바이러스 종식과 최근 인종차별로 인한 사회갈등 해소 그리고 복음전파를 위해 10명 이하 교인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뉴욕온유한교회 제공>


통금 이전시간 활용해 '낮 시간 정오기도회' 함께하길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돌봄사역을 해 온 뉴욕온유한교회 안승백 담임목사는 코로나19 감염사태로 행정명령이 발동된 3월초부터 현재까지 정오기도운동을 매일 진행하고 있다. 

3년 전부터 매일 밤마다 기도회를 해 온 안승백목사는 “교회회집 자체가 불가능한 때 한 두 명이 정오기도회를 해왔다”고 말하고 “지금은 특히 통행금지가 정해져 있고, 또 10명 이내 회집이 가능하므로 정오기도회를 10명 이하 참석한 가운데 인종차별의 차가운 바람을 물리치고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로 행복을 누리는 것을 제목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인교회가 이같은 혼란시기에 영적으로 더욱 견고해지도록 예배당을 기도의 장소로 회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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