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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VS 펠로시 하원의장 ‘전쟁같은 시위 속’ 때아닌 '성경이벤트'공방

입력 2020-06-03 11:10:57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미 의회 취재진 앞에서 성경을 펴 보이며 전도서 3장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의 잇딴 종교시설 방문이벤트를 비난했다. <AP=연합뉴스>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방화 약탈이 확산일로인 가운데, 미 정계에서는 때아닌 ‘성경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일인 어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미 의회 취재진 앞에서 갑자기 성경을 들고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치유의 사령관이 돼라”는 일침을 미 주류언론이 앞다퉈 보도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1일 이어 2일도 가톨릭 시설 방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전도서 3장 인용하며
“전임자 뒤를 따르라 ··· 치유의 사령관 돼라” 일침


이는 6월 첫날인 1일 저녁, 백악관 앞에서 시위가 한창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세인트 존 성공회 교회당에 다가가 그 건물을 배경으로 성경을 든 채 사진촬영한 것을 비꼰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 주 흑인사망사건 이후 줄 곧 이 문제로 정계 안팍에서 비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 앞 세인트 존 성공회 성당건물을 방문, 그 앞에서 성경을 든채 촬영포즈를 취했다. <AP=연합뉴스>


이날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경 전도서 3장의 내용을 일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서 3장에는 만사에는 다 때가 있다는 구절을 시작으로,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다는 구절을 다루고 있다. 

펠로시 의장 “불길을 부채질 하지 말라” 일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불길을 부채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치유의 사령관이었던 많은 전임자의 뒤를 따르길 바란다”고 밝히고, 현재와 똑같이 인종문제에 부딪힌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어떻게 이 일을 처리했는지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때인 1991년 흑인 운전사인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사건이 발생해 후에 LA폭동으로 이어졌으며, 뉴욕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남성 에릭 가너 사건 당시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하고 있던 때였다.  

이 때 두 대통령은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모두가 화해와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미 정계와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종교시설 방문을 비난하는 이유는 가장 위기의 상황에서 특단의 정치적 결정과 다인종 화합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지도력 부재 때문으로, 종교시설을 방문하고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가 있고 위기의 순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지도자의 결단의 때가 있다는 전도서 3장의 내용을 이날 펠로시 의장이 꺼내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기념해 백악관이 헌정한 가톨릭성지의 세인트 존 폴 2세 동상 앞에 헌화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 영부인. <UPI=연합뉴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성경을 들고 취재진 앞에서 회견을 한 2일 당일에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헌정된 백악관 인근의 한 가톨릭 성지를 방문해 또 한차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흘러 나가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사진찍기용 이벤트이며 독재자의 사다리를 한걸음 내디딘 자신에 만족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독재자라고까지 높였다. 

현재 백악관 관계자들도 시위가 잇따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 성공회와 가톨릭 성지 등 백악관 인근 종교시설을 잇따라 방문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취재진의 질문에 난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주류 언론은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를 “과거 자신을 뽑아준 백인 기독교 중산층을 겨냥한 것”으로,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행보 정도로만 해석하고 있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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