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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박종석 (17) 하나님과 나의 정체성 다시 생각하게 한 요한복음

입력 2021-06-02 03:05:08
박종석 엔젤식스 대표가 지난 1월 경기도 수원 원천안디옥교회 주일예배에서 대표기도하고 있다.


지면을 빌려 짧게나마 요한복음의 매력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내가 본 요한복음은 간결하고 멋지기까지 한 말씀으로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요 1:1)

하나님의 정체성에 대한 선언이다. 마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1항의 선언과도 같다. 처음 이 말씀을 대했을 때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말씀이 하나님이라니” “말씀은 하나님의 일부 아닌가” “하나님을 격하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TV에서 사극을 봤다. 어명을 받으라 하니 신하는 임금이 자신 앞에 없는데도 임금이 계신 듯 절하고 명을 받는다. 내가 LG이노텍 사장으로 있을 때 공장을 지은 게 떠올랐다. 나는 “공장을 지읍시다”라는 말만 했을 뿐인데 나중에 공장이 지어졌다. 사장이라는 정체성은 말과 그 속에 담긴 권위에 있다. 어명이 임금이듯 내가 한 말은 사장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하나님이 말씀이고 말씀이 하나님이신 게 이해됐다.

요한복음 4장 24절의 ‘하나님은 영이시니…’라는 말씀은 또 다른 정체성이었다. 나는 영에 대한 이야기를 피라미드 구조로 이야기했었다.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있는 영은 마음과 생각, 몸을 움직이며 눈에 보이는 이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최고경영자 같은 존재였다. 나의 영은 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최고 존재인데 하나님도 영이라고 하시니 영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궁금해졌다. 묵상하던 중 한자인 ‘靈(영)’을 통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靈은 비 우(雨), 입 구(口), 장인 공(工), 사람 인(人)으로 구성돼 있다. 한자 사전의 세부설명을 보면 雨는 하늘, 口에는 말씀이라는 뜻도 있다. 工은 만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세 개의 口는 말씀이 세 분, 삼위 하나님이 생각났다. 두 개의 人은 같은 위치에 나란히 있으니 영적으로 동등하게 창조된 남녀로 해석됐다.

한자인 靈이 창세기 1장 27절 “하나님이 자기의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는 말씀을 묘사하는 듯 보였다. 창세기 2장 7절에서 흙으로 육신을 지으시기 이전 태초에 인간의 ‘영’을 먼저 창조하시는 말씀으로 느껴졌다.

성경엔 영과 관련된 말씀이 많이 나온다. 분명 존재하지만 인간은 볼 수 없는 영역에 하나님이 영으로 계신다.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나의 영은 거룩하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랑하며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나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됐다.

내 몸, 내 마음, 심지어 내 영에서 ‘내’, 즉 나는 누구일까. 많은 철학자들도 알고자 했던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나에 대해 알 수 없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의 밖에서 봐야 전체를 알 수 있고 전체를 봐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나를 떠나 볼 수 없다. 지금 내가 나에 대해 보는 건 부분적이라는 뜻이다. 나는 나를 모르지만 그런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나를 지으신 하나님을 통해서다. 그걸 요한복음이 알려줬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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