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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박종석 (14) 예수님이 안아주신다는 느낌에 펑펑 눈물이…

입력 2021-05-28 03:05:03
박종석 엔젤식스 대표는 2014년 번아웃으로 주저앉았을 때 하나님의 사랑으로 평안을 찾았다. 왼쪽 사진은 번아웃 증상이 나타난 2014년, 오른쪽은 2016년 평안을 찾은 뒤 촬영한 모습.


영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다. 나는 이 영을 이해가 아닌 경험으로 알게 됐다.

아내는 친구에게 번아웃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내 이야기를 했다. 아내의 친구가 경기도 수원에 있는 원천안디옥교회에 가 볼 것을 권유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교회를 찾았다. 그 교회 김장환 목사가 누군지도 몰랐다. 교회 3층 복도에 걸린 사진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1973년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서울전도대회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설교를 통역하는 김 목사가 흑백 사진 속에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어머니와 함께 TV에서 김 목사의 열정을 봤다.

김 목사는 LG 사장이 왔다며 반갑게 맞아 주셨고 다른 방문자들처럼 축복의 기도를 해 주셨다. 그때 내 영을 통해 마음을 울리는 한 마디 명령이 들렸다. “너 이 목사님 붙들어라.”

명령에 순종하며 목사님께 “전 그냥 사장이 아닙니다. 몹시 아픈 사장이니 내 마음을 치유해 주세요”라며 매달렸다.

경험 많은 김 목사는 “하나님께 돌아가야 한다”며 극동방송 중보기도팀을 소개해 줬다. 며칠 뒤, 극동방송 기도실에서 만난 당시 사목 강창헌 목사는 나를 위해 기도한 뒤 안아줬다. 예수님이 안아주신다는 마음이 들었고 하나님 사랑이 전해졌다. 티슈 한 통을 다 쓸 정도로 펑펑 울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으니 두려움이 없어졌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다”는 요한일서 4장 18절 말씀이 나에게도 이뤄졌다. 피라미드 맨 꼭대기 성령님과 나의 영, 둘의 만남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나님의 사랑은 깨달았지만 회복의 시간은 더뎠다. 4월에 시작된 번아웃은 10월까지 계속됐다. 조급한 마음이 슬슬 올라왔다. 하나님에게 스마트폰 사업이 급하니 빨리 낫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묵묵부답이셨다.

급한 마음에 하나님과 담판을 짓겠다며 경기도 가평 필그림기도원에 아내와 함께 갔다. 여호수아처럼, 어머니처럼 하나님께 매달릴 작정이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기도는 입에서 맴돌기만 했다. 기도방에 들어가 10분을 채우지 못했다. 기도 대신 밤 9시 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날 예배의 설교 말씀은 베드로후서 3장 8절.

“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

하나님의 시간이 나의 시간과 다르니 조급해 말고 기다리라는 걸 하나님은 예배를 통해 알려주셨다. 집으로 돌아와 내 방에 붙인 글이 있다.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자’. 그리곤 묵묵히 믿음의 길을 가기로 했다.

회사도 2014년 겨울 인사에서 나를 배려했다. 치열한 현업 대신 최고기술고문(CTA)으로 활동하도록 했다. 2015년 믿음과 체력을 보강할 시간을 갖게 됐다.

엘리야 선지자가 이스라엘에서 우상을 숭배하는 세력에 쫓기다 번아웃됐을 때 기력을 회복(왕상 19:5)한 방식대로 나도 잘 먹고, 잘 쉬고, 하나님과 목사님, 성도들의 사랑을 받으며 평안을 찾았다. 교회에 가면 내가 가장 부러워한 게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웃는 얼굴, 천사 같은 얼굴. 나의 얼굴도 성령의 9가지 열매가 맺히면서 그렇게 부러워하던 교회 사람들 얼굴처럼 바뀌고 있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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