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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박종석 (13) “이제 좀 살만해졌는데 ‘번아웃’이라뇨”

입력 2021-05-27 03:10:01
박종석 엔젤식스 대표는 2014년 LG전자 MC사업본부장 때 번아웃이 오면서 심신의 고통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피라미드 구조로 그렸다.


2014년 4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피곤하고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지만 쉴 여유가 없었다. 주요 전략 회의가 있었다. 이전에도 있었던 증상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회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지러웠다. 난생 처음 동네 병원에서 ‘링거’라는 걸 맞아봤다. 효과는 없었다. 다음날에도 아침 일찍 골프장을 찾았다. 업무상 골프 라운딩이었다. 어지럼증이 다시 나타났다. 다음날 월요일 아침 회의에선 꾸역꾸역 버텼다. 뜨거운 게 치밀어 오르더니 기운이 떨어졌다. 결국 회의 도중 나와야 했다.

급히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체온도, 혈당도, 혈압도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수시로 가슴이 뛰고 온 몸이 뜨거웠다. 밤이면 누군가가 “왜 자고 있냐”며 날 깨우는 듯 했다. 불면의 밤을 지새웠다. 심리적으로도 불안과 절망감이 들었다.

그렇게 어려운 중에도 조금은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내 몸에 느껴지는, 실체는 없는 이 고통스러운 증상이 내 생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내 생각이 평화로우면 몸도 평화로웠다. 하지만 사건·사고 뉴스 같은 외부 자극에 내 몸은 민감하게 반응했고 고통스러운 느낌으로 이어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율신경계 이상이었다. 자율신경계에는 흥분과 긴장을 부추기는 교감신경과 이를 억제하는 부교감신경이 있다. 보통 낮에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일을 하고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잠을 잘 수 있다. 나는 교감신경을 극대화시키며 일하고 있었다. 내가 보살펴야 할 직원과 그 가족을 생각하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이기겠다는 승부사 기질까지 발동했다. 교감신경은 어느 새 밤, 낮을 가리지 않고 활성화됐다. 그게 ‘번아웃’으로 나타난 거다.

열심히 일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만 열심히 일했던 건 아니었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MC사업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잠언을 읽고 어머니와의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해 온라인으로라도 예배를 드리려고 했다. 열심히 살았고 이제 좀 살만해 졌는데 번 아웃이 오는 건 너무하지 않나. 어머니가 손자의 고등학교 배정을 위해 하나님께 투정을 부리셨던 것처럼 나도 투정 부렸다.

하나님은 피할 길을 주셨다. 신기하게 십자가만 보면 마음이 편안해 졌다.

마음과 육신의 고통과 싸우면서 나는 내 속에 일어나는 이 신기한 현상을 피라미드 구조로 그렸다. 피라미드는 맨 위 영으로 시작해 마음, 생각, 뇌, 신경계, 몸으로 이뤄진다. 이들의 관계를 설명하면 이렇다.

하나님은 성령으로 나의 영과 연결되며 나의 영은 내 안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십자가를 볼 때 내 마음이 편해진 것도 성령이 내 영을 움직여서다. 편안한 마음은 편안한 생각을 하도록 하고 뇌의 편안한 부위도 활성화시킨다. 이는 내 신경계의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가슴이 뛰거나 열이 오르는 느낌을 사라지게 한다.

이렇게 내 몸과 마음 속 다양한 요소들의 연결 관계가 피라미드처럼 눈으로 들어오니 하나님이 영을 통해 나를 보호하시고 피할 길을 명확히 보여주신다는 걸 알게 됐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은 어느 순간 감사와 사랑으로 바뀌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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