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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골재채취장 될 뻔한 순천만 지켜낸 그 교회, 이젠 ‘에덴동산’ 가꾼다

입력 2021-05-26 03:05:02
공학섭 순천 대대교회 목사가 지난 20일 교회가 바라보이는 정원에서 순천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순쳔=신석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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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2부를 시작합니다. 교회가 기후위기 시대 녹색 은총의 청지기가 되어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창조세계를 온전히 보전하는 활동을 현장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세계적 자연생태공원 순천만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진 개발 대신 환경 보호를 외친 많은 이들의 수고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 중심에는 순천 대대교회(공학섭 목사)가 있다.

30년 전 순천만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 상태의 깨끗한 습지였다. 문제는 순천시가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하도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다. 해당 사업은 골재 채취 사업으로 변질됐는데, 이를 알게 된 지역 환경단체들이 시에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며 사업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이때 대대교회가 이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다.

지난 20일 순천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대교회에서 만난 공학섭 목사는 그때를 떠올리며 “우리 교회가 순천만 초입에 있다. 당시 이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환경시민단체에서 연락이 와 함께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공 목사는 “시민단체가 먼저 교회에 연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며 “어쨌든 의기투합해 순천만 보존에 힘을 보태게 됐다”고 전했다.

사실 공 목사는 순천만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전부터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1988년 부임 첫해부터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을정화 운동을 펼치던 그였다. 당시만 해도 분리배출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는 “환경을 보살피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를 관리하는 믿음의 일이며 목회영역”이라며 “창조의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면 환경을 깨끗하게 보존해야 할 책임이 저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공 목사는 주일 설교를 통해 환경의 가치를 성도들과 공유했다. 그렇게 교회 안에서 시작된 환경운동은 자연스럽게 마을로 확대됐다. 마을 주민들에게 분리배출에 대해 계몽하고 친환경 미생물 제품인 EM(Effective Micro-organisms)활성액을 보급해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하수를 정화하도록 했다.

공 목사는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 마을에서 강으로 흘러가는 물은 정화해 보낸다는 심정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마 이런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게 환경시민단체 귀에도 들어가 순천만 보존 파트너로 우리 교회에 연락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후 대대교회는 마을의 중심이자 순천만으로 향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생태 전문가를 비롯한 수많은 환경 운동가들이 대대교회를 방문했고, 공 목사는 이들과 함께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힘썼다. 이런 움직임은 98년 순천만 생태 보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개최로 이어졌다. 대대교회는 이때도 장소를 제공했다.

이런 노력 끝에 결국 순천시는 사업 허가를 취소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0년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했다. 순천만 보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공 목사는 “만약 그때 골재 채취 공사가 이뤄져 순천만을 헤집어 놨다면 지금의 순천만은 없을 것”이라며 “실제 당시 순천시가 골재 채취를 허락했던 곳은 현재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갈대숲 탐방로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한 공 목사는 이후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최초로 노회 안에 환경부를 만들었다. 벌써 10년도 더 됐다고 한다. 아직까지 합동 교단 내 환경 관련 이슈를 다루는 부서는 공 목사가 건의해 만든 환경부가 유일하다. 공 목사는 “매년 6월 첫 주를 환경 주일로 지키고 환경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환경 운동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교회 내부적으로는 생태지도자 양성 등의 시도를 단기적으로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교인들 중심으로 ‘1평 정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순천시가 순천만 보호를 위해 순천만과 도심 사이에 꽃과 나무를 심어 천연 에코벽인 정원을 조성한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각 집마다 1평씩 정원을 만들어 꾸미자는 캠페인이다.

공 목사는 정원이 주는 안정감을 잘 알았다. 대대교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게 바로 정원이다. 부임 이후 교회 주변에 빈집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사들였던 공 목사는 지금의 정원 자리만큼은 건물을 세우는 대신 잔디와 나무, 꽃들을 심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필요한 건물이 없었을뿐더러 이렇게 정원이 있으니 보기 좋지 않으냐”고 했다.

공 목사는 “신학적으로 보면 에덴은 정원이다. 연어가 고향을 그리워하듯 사람에게도 정원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며 “교회가 그런 정원이 돼 준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도시 한 곳에만 정원을 가꾼다고 정원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며 “시민 모두가 자투리 땅이나 테라스, 베란다 같은 곳에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를 심는다면 거기가 정원이고 또 정원도시로서의 명성에도 잘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 목사는 1평 정원 운동을 교회가 나서서 했으면 하는 바람도 나타냈다. 실제 공 목사는 순천시 초교파 모임인 순천기독교총연합회를 통해 지난해 1평 정원 운동을 추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긴 했지만 어떤 형태든 올해 다시 불씨를 지필 계획이다. 공 목사는 “땅이 있어야 정원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개척교회나 상가교회도 가능하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입구나 계단, 교회 앞 길거리에도 조금만 마음 쓰면 충분히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꽃이 있는 곳에 교회가 있더라’는 그런 이미지를 교회가 심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순천=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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