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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박종석 (12) 신선한 아이디어로 스마트폰 사업 궤도에 올려

입력 2021-05-26 03:05:02
박종석 엔젤식스 대표는 LG전자 MC사업본부장 시절 구성원들과 함께 만든 스마트폰 등을 ‘브레인 칠드런’이라 부른다. 박 대표의 집에는 그때 만든 옵티머스뷰, 옵티머스G, G2, G3 등 브레인 칠드런이 아직도 있다.


생각의 맷집과 함께 아이디어에 근육을 키우는 것도 필요했다. 구성원들에게 ‘왜’를 반복하게 했다. 어떤 문제건 해결책은 있지만 해결 방안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왜’를 반복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카메라 성능 개선에 관한 예화를 소개한다. LG전자의 초기 스마트폰은 카메라 성능에 대한 시장 평가가 썩 좋지 않았다. 빠른 시간에 카메라 성능을 개선시켜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카메라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능 중 하나였다. 개발 중인 LG전자 스마트폰과 당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타사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나란히 올려 사진을 찍었다. 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 화질을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을 주말에 많이 찍으면서 연구원은 월요일부터 고생이 많았다. 함께 노력하니 어느 새 LG전자 스마트폰의 카메라 화질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처음 시도하는 제품은 소비자 생각이 어디로 갈지 몰라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가령 2011년 나온 옵티머스뷰는 남성 재킷의 안주머니를 생각해 4대 3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타깃 소비자는 남성인데 출시하고 보니 큰 화면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더 많이 선택했다.

MC사업본부에 속한 수천 명의 직원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냈다. 본부장인 내 역할은 고객 관점에서 직원의 아이디어를 필터링하는 것이었다. 필터링 원칙은 간단했다. 소비자를 편하게 하면 됐다. 개발자는 더 많이 노력해야 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클릭 여러 번 할 것을 한 번으로 끝내게 만들어야 했다. 퇴근할 때 내 가방엔 항상 여러 대의 스마트폰이 함께 있었다. 집에서도 실험했다.

2012년쯤 새로운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일명 ‘10인 위원회’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시장을 주도하자며 시작했다. MC사업본부 내 상품기획팀, 연구소는 물론 LG전자 디자인센터의 MC담당까지 책임자급 아이디어 고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오찬을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10명의 인재들은 무림의 고수가 합을 겨루듯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확장, 발전시켰다. 두 번 터치해 화면을 껐다 켜는 ‘노크온앤오프’ 기능도 그때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다.

아이디어가 쌓이는 동안 스마트폰도 속속 출시됐다. 2012년 9월 일명 ‘회장님 폰’이라 불리던 옵티머스G를 선보이며 G시리즈를 시작했다. 뒤이어 나온 옵티머스 G프로는 옵티머스G의 디자인 부분과 풀H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재기의 발판 위에 설 수 있게 만들어준 제품들이다. 2013년 G2를 발표했고 2014년엔 G3를 내놓으면서 흑자도 냈다.

나는 그렇게 나온 스마트폰이나 특허를 ‘브레인 칠드런’이라 부른다. MC사업본부 구성원들이 머리로 낳은 자식이란 뜻이다. 자식들이 시장에서 인정받으니 신이 났다. 특히 2014년은 나에게 엔지니어로, 경영자로 뿌듯한 해였다. 이른 감은 있지만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생각까지 하며 신나게 일했다. 그 사이 내 몸은 망가지고 있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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