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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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박종석 (6)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와의 이별… ‘찐 믿음’ 계기 돼

입력 2021-05-18 03:05:03
박종석 엔젤식스 대표는 2002년 3월 돌아가신 어머니의 방에서 성경책을 발견했다. 박 대표의 어머니는 좋아하는 성경구절에 빨간 밑줄을 치며 읽으셨고 손주들에게 받은 편지를 성경에 꽂아 놓으셨다.


노년기를 맞으신 부모님은 주말이면 고향인 충남 예산으로 내려가 주말농사를 지었다. 2002년 3월에도 부모님은 평상시와 같이 예산에 가셨다. 골프장에 있던 나에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보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급성폐렴에 걸려 숨도 못 쉬고 있다고 했다.

서둘러 어머니가 입원한 천안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달 것인지 물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 나에게 병명이 무엇인지 물으셨고 ‘암’이 아니라는 말에 안도하셨다.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열흘 뒤 다시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디지털TV 연구소장이던 나는 광화문에 위치한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열린 디지털TV 전송방식과 관련된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머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평생 장남인 나를 의지하셨고 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성장했다. 어머니의 빈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이 어머니와 영원한 이별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나중에 천국에서 같이 만납시다.”

돌아가신 어머니 앞에 울부짖으며 약속했다. 어머니를 많이 닮아 나도 한번 한다면 하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모든 일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믿는 나는 천국에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한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어머니가 걸었던 믿음의 길을 나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천국 가는 길도 우연은 없으리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야서 41장 10절.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읽으셨던 말씀이다. 돌아가신 어머니 방에서 발견한 성경책 속 빨간 줄이 처져있던 구절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유달리 죽음에 겁이 많던 어머니는 아마도 평생 이 말씀을 붙들고 사셨던 것 같다. 지금도 종종 나는 “어머니가 그 두려웠던 죽음의 길을 어떻게 가셨을까, 예수님 손을 꼭 붙들고 가셨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 장례를 마친 뒤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장례식장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교회와 성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날 위성으로 연결된 조용기 목사님이 “하나님께 결신하고 싶은 사람은 일어나라”고 했다. 그동안 결신의 기회가 있을 때면 외면하던 나였는데 이 날만큼은 망설임도, 외면도 없었다. 자리에 일어선 채 조 목사님을 따라 “하나님 저는 죄인입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입술로 내가 죄인임을 고백하니 마음으로 믿게 됐다.

목표가 생기니 믿음이 성장하는 것도 경험했다.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아버지를 모시고 교회에 갔다. 장남으로서 매년 추도예배도 인도했다. 성경 공부도 했다. 천국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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