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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꼰대(boomer)”… 전 세계 MZ세대, 정치세력으로 급부상

입력 2021-05-10 00:10:02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MZ세대는 새로운 세력으로 급부상하며 각국의 정치·사회 지형을 바꾸고 있다. 미국 MZ세대가 지지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2018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 함께 브렉시트 반대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영국 젊은이들. AP뉴시스


애니메이션·만화·게임·소설(ACGN)에 심취한 중국 MZ세대들이 2018년 4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 카툰 애니매이션 페스티벌 퍼레이드에서 만화 캐릭터 사진을 찍고 있는 장면. 신화뉴시스


“OK, 꼰대(boomer).”

정치·사회적 무관심층으로 여겨졌던 한국의 MZ세대는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며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새로운 세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는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한국에 앞서 2~3년 전 미국, 유럽 등에서도 MZ세대는 주목을 받았다. 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로서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 논의하고, 결집하며, 집단적 행동에 나서 각국의 정치·사회 지형을 바꿨다.

다만 한국처럼 보수적인 경향만 띠는 것은 아니다. 나라별로 제각각이다. 미국에선 진보적 의제에 대해 지지하는 경향이 발견되고, 중국의 경우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유럽에선 극우세력에 빠지기도 하는 등 각 나라의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세계에서 MZ세대는 대체로 큰 정부를 선호하고 기후변화, 인종차별 등 다양한 진보적 의제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부머 배싱’(boomer bashing·베이비부머 세대 비난), 즉 기성세대와 갈등을 빚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또 1996년생 이후 출생자인 Z세대 중 일부는 아직 투표권을 갖지 못해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수년 이내 절반 이상이 유권자가 되는 등 사회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어 각국은 아직 미완인 MZ세대의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MZ세대의 관점이 어떻게 진화할지 확실히 규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MZ세대 분석은 그들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그들의 관점이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설득력 있는 단서를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아웃!’ 바이든 당선시킨 美 MZ

미국에선 수년 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선호 여부에서부터 인종차별과 이민문제,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있어 MZ세대는 X세대(30, 40대)와 베이비붐세대(40, 50대), 침묵세대(60대 이상) 등 기성세대의 반대편에 섰다.

특히 2020년 미 대선에서 MZ세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퓨리서치센터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특히 Z세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불호, 바이든에 대한 선호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18~23세 등록 유권자 중 30%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고, 반대는 70%였다. 밀레니얼 유권자는 29%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조금 더 낮았다. X세대는 38%, 베이비붐세대는 43%, 침묵세대 유권자는 54%가 찬성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연령이 높을수록 올라갔다.

MZ세대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그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3일자 발표된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MZ세대의 지지세가 뚜렷했다.

미국 청년층의 59%가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전반적으로 찬성했고, 65%가 코로나19 대응을 옹호했다. 인종문제 정책에 대해선 57%가 지지했다.

심지어 공화당 지지층 MZ세대마저도 진보적 의제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경향을 보이는 등 공화당 내 세대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지지 세력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침묵세대는 90%, 베이비붐세대는 85%, X세대는 76%, 밀레니얼세대는 65%, Z세대는 5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밖에 인종문제, 기후변화 등 이슈에 대해 공화당 지지 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흑인이 백인보다 덜 공정하게 대우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Z세대는 43%, M세대는 30%, X세대는 23%, 베이비붐세대는 20%, 침묵세대는 20%였다. 이 문제에 대한 미 민주당 내 연령별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또한 미국의 공화당 지지 Z세대는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베이비붐세대와 침묵세대와는 대조적이었다. '지구 온난화는 자연적 현상이다'라는 입장에 찬성한 Z세대는 오직 18%에 불과해 베이비붐세대(42%), 침묵세대(41%)와 큰 차이를 보였다.

'브렉시트 반대' 친EU 성향 유럽

유럽의 MZ세대는 진보적이고 큰 정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 문제에서 전반적으로 청년층은 부모세대나 조부모세대보다 더 유럽연합(EU)에 친화적이었다.

브렉시트 투표를 분석한 결과 청년층이 모두 EU 잔류를 택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연령대가 어릴수록 잔류에 투표하는 경향이 높았다. 18~24세 중 70% 이상이 잔류를 선택했고, 30% 미만이 탈퇴를 원했다. 영국에선 나이가 들수록 EU 탈퇴에 투표하는 경향이 더 높았다. 65세 이상은 40%만 잔류를 지지했다.

다만 홀로코스트 등 민족주의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젊은 층은 2010년대 중반 급부상한 극우세력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2015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 국민전선과 지도자 마리 르펜은 35세 이하 프랑스 유권자 중 1위를 차지해 30%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선거 결과는 유럽의 MZ세대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진보 쪽에 기울어지는 모습이다. 2019년 초 치러진 유럽의회선거에서 르펜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는 거의 반토막으로 떨어졌다. 반면 MZ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은 녹색당 등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1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독일 연방하원 선거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지난 7일 독일 ZDF방송이 여론조사기관 발렌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인 정치바로미터에 따르면 녹색당의 득표율은 26%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25%)보다 높은 수치다.

"중국이 최고" 민족주의 강해진 중국

중국의 MZ세대는 경쟁지향, 소비성향 등 경제적인 면에 있어선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 연결된 세계의 MZ세대와 유사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MZ세대는 역으로 자국중심주의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3일 "중국의 전통과 문화적 민족주의에 대한 정체성이 강해진 Z세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MZ세대는 애국주의 소비 트렌드를 뜻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에 빠져 있다. 예컨대 1700년대 청나라 이전의 한족이 입었던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의 매출은 2015년 1억9000만 위안(3000만 달러)에서 2019년 45억2000만 위안(6억9600만 달러)으로 늘었고, 중국의 Z세대가 이 중 절반을 사들였다.

중국의 MZ세대 사업가 모니카 류(25)는 SCMP에 "이제 중국에서도 신생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들이 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대 대다수가 광저우 현지 패션 브랜드인 어반 레비보(urban levivo)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작가 우샤오보는 중국망에 "오늘날 가장 중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1990~2000년생"이라며 "1960~70년생은 중국이 추격을 해야 했던 시기였고, 그 세대는 배고픔과 가난을 경험했지만 중국 개혁개방 이후 성장한 1990~2000년생은 중국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민족적 자부심을 크게 느끼고 자랐다. 대부분 중국산 제품을 우선 고려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MZ세대는 특성상 정부에 대한 공개적 입장을 밝히기는 꺼려하는 편이다. 중국 전역에서 30만명의 팬을 거느린 중국의 인터넷방송 스타 황한원(24)은 "우리는 중국의 고전풍 스타일 TV시리즈와 애니메이션·만화·게임·소설(ACGN)을 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나 정부 당국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데, 공공장소에서 수다떨기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임송수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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