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진리의 상아탑’ 서울대서도 동성애 비판에 재갈 물리려 드나

입력 2020-11-05 11:10:03
남승호 교수(왼쪽 세 번째)가 지난달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인권헌장·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패널들과 함께 토론하고 있다. 유튜브 ‘LIVE TV’ 영상 캡처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란 말이 있다. 진리 추구를 위해서는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며 국가로부터 자율적인 지위를 수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대에서 인권헌장 제정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것이 학문의 자유와 표현(토론)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대는 인권헌장의 문제점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인권헌장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2016년 논란이 됐던 ‘서울대 인권가이드라인’과 같은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다. 둘은 소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포장한 것으로, 그 핵심은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적시하는 것이다. 이는 동성애 등 다양한 변종의 성행위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고 처벌하려는 규범이다.

이 규범을 제정하려는 시도는 서울대 인권센터가 주도해 왔다. 2016년 인권가이드라인은 총학생회가 제안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배후에는 인권센터의 지도와 지원이 있었으며 그중 제2조(평등권)는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당시 해당 조항이 매우 독소적이어서 폐기돼야 한다는 학내외 반대 여론이 빗발쳤지만, 총학생회나 인권센터는 해당 조항을 결국 포기하지 않았다. 똑같은 독소조항을 2020년 인권헌장 제3조에 적시하고 있다. 이 조항이 빠진 인권헌장은 있을 수 없다고 고집한다.

성별 인종 장애 종교 등은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차별금지 사유들이다. 이러한 보편적 사유들과 달리,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사회적 평가와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국가에 따라 동성애와 성전환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도덕적 판단은 다를 수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도 이를 차별금지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한국이 가입한 어떤 국제조약이나 규범도 동성애 비판을 금지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인권헌장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변종 성행위를 ‘인간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반사회적이며 반민주적인 규범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매년 ‘인권성평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 서울대 구성원(교수, 학생, 직원 등) 모두에게 제공되는 이 교육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젠더이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인권센터에서 제작해 2018년 시행된 교육은 젠더이론을 이념으로 강요한다. 그 교육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잘못된 성 관념이다. 이 잘못된 생물학적 성 관념이 젠더 폭력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하면서 “사회문화적 경험으로 구성되는 ‘젠더’가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강요한다. 이 교육의 핵심은 결국 동성 간 성행위를 비판하는 성 윤리는 잘못된 것이므로 금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센터는 이 ‘인권성평등교육’을 모든 교수와 학생, 직원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학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념 교육이 필수로 강요된 것은 40여년 전 대학생 군사훈련밖에 없었다.

잘못된 이념은 공론화를 회피한다. 비민주적 절차를 통해 독재적 권위를 확보하려 한다. 인권헌장은 국가의 헌법에 비유되는 서울대 최고 권위의 규범으로 제안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울대 구성원은 아직 인권헌장의 실체를 모르고 있다.

2020년 서울대 인권헌장은 우리 대학과 사회에 큰 숙제를 안겨 줬다. 어떻게 하면 모든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을까. 이 문제의 해결은 구성원들 간의 소통에서 출발한다.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성별과 인종, 종교가 달라도 사적·공적 소통을 통해 이해와 공감을 확대함으로써 인권 침해를 줄일 수 있다. 더구나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대학에서는 서로의 감정과 판단, 연구 결과의 표명을 존중해야 한다. 이를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처벌하는 인권헌장은 대학의 본질을 훼손한다.

대학을 뜻하는 유니버시티(university)는 모든 것을 담는다는 ‘더 홀(the whole)’의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이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모인 정당(party)과 대립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생각, 감정, 판단이 존중되는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대학의 핵심가치다. 유럽과 미주의 국가들은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전철을 밟고 있다. 우리는 그 전철을 그대로 밟아서는 안 된다. 서울대에는 아직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서울대가 적극적인 소통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보인다면, 한국과 국제사회가 모범으로 삼을 것이다.

남승호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