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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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김씨네 생선가게

입력 2020-11-01 12:10:01


김씨네 생선 가게는 언제나 손님이 많다. 부부가 함께 일하는 터라 집에 남은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돌본다. 착한 부부가 열심히 일해 지금의 이 가게를 장만했다. 어떤 날은 동생이 와서 형의 일손을 돕기도 한다. 그때마다 김씨는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와 제 형을 돕는다며 동생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느 때 동생이 일하는 모습을 본 한 아주머니가 “변호사님, 여기 생선 사러 오셨어요? 그런데 이 옷차림은?” 동생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 앞에서 말을 잃었다. 인사를 나누고 “예, 형님이 하는 가게라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여사님도 이 마을에 사시는군요.” “얼마 전에 이사 왔어요. 변호사님이 우리 가족을 살려주셔서 이제는 아이들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그 부인의 남편이 일터에서 사고를 당해 어렵게 됐는데 변호사를 만나 일을 잘 해결했다고 한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착한 형에게 정의로운 동생이 있다며 형제간 우애를 칭송했다. 지금까지 동생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던 김씨가 입을 열었다. 집안이 가난하여 형은 어려서부터 남의 가게 일을 돕는 점원이 되었다. 동생 학비도 부담했다. 김씨는 어려웠던 젊은날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남의 가게에서 일할 때 밀린 임금을 주지 않으려는 주인이 자신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내쫓았다고 했다. 정말 억울하고 분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고 한강을 찾기도 했고. 그토록 어려운 형편이지만 동생 또한 열심히 공부하고 법대를 졸업해 변호사가 됐다. 그래서 힘들게 일하는 형을 위해 짬을 낸다. “비린내가 몸에 밴다고 아무리 말려도 안 돼요.” 자랑스러운 아우지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그동안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형제간 사이가 알려지면서 생선가게에 더 많은 손님이 찾아왔다. 부부는 그만큼 힘이 들겠으나 기쁜 마음으로 땀을 흘린다나. 요즘 같을 때에도 김씨네 가게는 새벽시장에서 가장 일찍 불을 밝힌다.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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