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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예배 막혀 ‘신앙 셧다운’… 양들은 흩어지고 있다

입력 2020-09-16 08:05:01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대면예배를 금지한 방역 당국의 조치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교회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지난 13일 온라인으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수도권 교회의 대면예배 금지 조치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교회와 성도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교회에 대면예배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지난달 19일부터이다. 지난 14일 방역 당국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음식점의 심야 영업이 재개됐고 학원 헬스장 PC방 등은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교회의 대면예배 금지 조치는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비대면예배는 허용한다고 하지만 모든 교회가 비대면예배를 위한 온라인 환경으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규모가 작거나 목회자가 연로한 교회들은 온라인예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렵게 생중계를 하더라도 교인들의 예배 참여도가 떨어져 사역이 원활하지 않다.

농어촌 교회들은 존폐 기로에 서 있다.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교인들이 도시 교회의 유명 목회자 설교를 들으면서 교회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읍 만성교회 임규일 목사는 16일 “지금이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따르면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지만 대면예배를 못 드리는 기간이 더 길어지면 규모가 작은 교회들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시골의 작은 교회여도 다행히 주일마다 소수의 교인만 참여해 생중계하는 방법으로 예배를 드리지만, 참여도는 상당히 떨어진다”면서 “교인들이 온라인예배에 최적화된 대형교회 온라인예배를 옮겨 다니면서 출석교회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순조롭게 온라인예배로 전환한 교회들도 고민이 크다. 김주용 서울 연동교회 목사는 “한 교인은 온라인예배는 포기하고 대신 주일에 성경을 읽고 한 시간 동안 기도한 뒤 예수님 그림과 교회 사진을 한 번씩 보는 것으로 예배를 대체한다고 들었다”면서 “뜻하지 않게 경험한 온라인예배가 대면예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주일에 집에서 나와 교회까지 오고, 예배드린 뒤 돌아가는 전 과정이 예배”면서 “대면예배 금지 기간이 길어지면 교인 모두 깊은 좌절과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교회에 가지 못하는 교인들의 고통도 크다. 서울 새문안교회에 출석하는 A권사는 “주일 낮에 잠시라도 교회 근처에 오고 싶지만, 혹시라도 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교회에 피해를 줄까 봐 그러지도 못한다”면서 “교회에서 예배드리던 때가 사무치게 그리워 밤에 차를 타고 교회에 와 교회를 쳐다보다 돌아간다”며 울먹였다.

온라인예배에서 고령층 교인들이 완전히 소외돼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는 “문자로 전송된 링크를 한번 터치하면 바로 온라인예배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고령층 성도들은 이마저도 어려워하는 분이 적잖다”며 “요금이 과다 청구될까 걱정돼 자녀가 부모에게 예배 영상 링크를 누르지 못하도록 권유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교회의 규모나 위치, 온라인 방송능력,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떠나 획일적으로 비대면예배를 강제한 조치가 전 세계에 자랑하는 K방역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K방역은 셧다운(봉쇄)을 최소화하고 자발적 협력에 기초한 맞춤형 방역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의식 서울 치유하는교회 목사는 “비대면예배가 불가능한 교회들에는 대면예배 금지가 ‘교회 셧다운’과 마찬가지”라며 “K방역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온라인예배는 하나님과 교통, 성도의 교제라는 예배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어 현장예배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장기화돼선 안 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하향하면서 PC방은 고위험시설에서 제외하면서까지 영업재개를 허용했는데, 고위험시설도 아닌 교회에만 대면예배와 모임을 전면 금지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김주용 목사는 “철저한 방역 지침 아래 예배당 문을 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 교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사회적으로도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창일 양민경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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