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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장이 멈춘다… 미국·유럽 이어 인도에서도 ‘셧다운’

입력 2020-03-24 04:05:02
국제 및 국내의 모든 노선 운항 중단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김포공항 이스타항공 체크인 카운터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도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공장이 멈춰서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생산기지 ‘셧다운(가동중지)’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인도로 번지고 있다. 생산 차질을 빚는 업종도 자동차를 시작으로 가전, 철강, 반도체로 확산되는 중이다. 특히 방역을 위한 이동 제한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GVC)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 “인도 주정부 지침에 따라 노이다 공장을 이날부터 25일까지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중 최대 규모인 연간 1억2000만대를 생산한다. 노이다가 위치한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는 25일까지 전 사업장 폐쇄를 명령했다. 가전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 인도 첸나이 공장도 23~31일 가동을 중단했다.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있는 생산법인을 이달 말까지 가동 중단한다. 마하라슈트라주는 오는 31일까지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노이다 공장과 푸네 공장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푸네 공장에서는 스마트폰도 일부 생산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슬로바키아 TV 공장을 일주일간 가동 중단했다.

미국과 유럽 공장을 이미 ‘셧다운’한 현대차는 이날부터 31일까지 인도 첸나이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이 공장 연간 생산 규모는 70만대에 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직원 안전 보호 및 정부 방침 준수를 위해 인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공장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인도 델리와 푸네에 있는 가공센터를 31일까지 가동하지 않는다. 현대제철의 인도 코일 공장과 강관제조 공장도 가동을 중지할 예정이다.

세계 1위인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는 지난 19일부터 미국 리버모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생산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포드는 지난 19일 캐나다 멕시코 독일 루마니아 등 공장의 생산을 멈췄다. 공장 가동을 강행했던 미국 테슬라도 24일부터 자국 내 생산을 2주간 중단키로 했다.

유럽 자동차 ‘빅4’인 폭스바겐, FCA(피아트·크라이슬러), 르노, PSA(푸조·시트로엥)는 지난 17일부터 유럽 내 거의 모든 공장의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부품 조달의 어려움과 수요 급감을 공장 중단 이유로 설명했다. 초기 셧다운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것이었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요 감소에 대응하는 조치가 되는 상황이다.

국가 간 이동 제한의 타격도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분업체제와 연결된 업종은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으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셧다운이 막 시작됐고 남미까지 확산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셧다운은) 7~8월까지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은 생산 중간재와 내구성 소비재”라며 “코로나19로 투자가 감소하고 수요가 위축되면서 국내 기업의 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주화 박구인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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