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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확진·사망자, 중국 추월… 메르켈 “2차 대전 후 가장 큰 도전”

입력 2020-03-20 04:10:01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19일 인천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유입 차단을 위한 특별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들은 최근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안전을 위해 귀국했다. 인천공항=최현규 기자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중국을 넘어섰다. 유럽이 코로나19 ‘지옥의 전장’으로 변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19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집계된 유럽 내 누적 확진자가 이탈리아 3만5713명, 스페인 1만7147명, 독일 1만3093명, 프랑스 9134명 등 총 9만3000여명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누적 사망자 수도 이탈리아 2978명, 스페인 767명, 프랑스 264명, 영국 104명 등 4400여명에 달해 중국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에선 18일 하루 동안 4207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고 475명이 사망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만928명, 사망자는 3245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하루 동안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4명, 8명 늘어난 것이다. 확진자는 모두 해외에서 역유입된 사례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선 이날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18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최상의 보건체계를 갖고 있고,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일 것”이라며 국민들의 동요를 막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이동제한령과 관련해 “이동의 자유가 얼마나 어려운 싸움으로 얻게 된 것인지 알고 있다”며 “제한 조치는 민주주의에서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되며 단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도 TV 연설에 나서 “유례 없는 보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더욱 연대하고 스페인 사회에 대한 믿음을 지켜야 한다”며 “바이러스는 우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는 스페인에서 18일 하루 동안 확진자 3431명 발생했고, 169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당초 다음 달 3일까지로 정했던 이동제한 명령을 연장키로 했다. 의료 장비 및 시설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롬바르디아주와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축구장에 천막을 설치해 임시 병실로 쓰는 임시방편을 내놨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졸업 예정인 의대생 1만명을 현장에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영국은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18일 오후 코로나19 대응 정례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를 폐쇄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 상승 곡선에 하방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 병력을 최대 2만명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런던교통공사(TfL)는 19일부터 런던시내 환승역을 제외한 40개 지하철역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럽을 대표하는 연례 행사도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르망24시 레이스’는 9월로 연기됐고, 5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취소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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