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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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적당한 운

입력 2020-03-11 04:10:02


얼마 전 대학원 졸업과 취업, 결혼을 연이어 하게 된 후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들으면서 정말 운이 좋은데, 라는 생각을 했다. 그 후배처럼 운이 아주 좋은 경우도 있었지만 정말 노력했는데 운이 따르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운보다는 실력이라 믿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운이 삶에서 많이 작용한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공들여 노력한 일은 되지 않고, 기대하지 않은 일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운만 바라는 건 안 되겠지만 일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운이 따르기를 희망하곤 했었다.

인생을 다 살진 않았지만 돌아보면 운이 좋았던 편이라고 생각한다.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운과 시련을 겪지 않았고, 가족들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성숙하지 못하던 시기에는 삶에서 겪는 작은 불행을 크게 확대해서 우울해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상황을 나쁘게 해석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대체로 운이 좋았던 이유에는 두 가지의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 하나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감이 높지 않은 편이다. 물론 어떤 일을 시작하기까지는 고민을 많이 하지만 시작한 뒤로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계속 해도 괜찮을까, 라는 걱정 때문에 일을 철회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한 가지는 크고 작은 불운한 일을 겪었을 때 이를 평균화시키는 습관이 있다. 오늘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어제 좋은 일이 있었으니 평균으로 따지면 그냥 보통 정도의 날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여기면 불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살게 된다. 앞으로도 너무 큰 운을 바라지는 않지만 적당한 운 정도는 기대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아질 거라는 희망 정도의 운이라면 어떨까.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운도 충전해주고 싶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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