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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콜록 콜록… 8주 넘어가면 콧병·천식·위식도 역류 의심을

입력 2020-03-10 04:15: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월 20일 첫 환자 발생 후 50일째 지역사회에서 유행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기침이다. 기침은 환자가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3주 이내) 기침과 아급성(3~8주) 기침, 만성 기침(8주 이상)으로 구분하는데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 등에 의한 호흡기감염병은 급성 혹은 아급성 기침을 유발한다. 감기나 독감(인플루엔자)도 마찬가지다. 감기는 보통 1~2주 안에 저절로 좋아지지만 감기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기침은 길면 두 달까지 갈 수 있다. 다만 감기로 인한 기침이 8주를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9일 “코로나19나 독감도 급성 기침과 함께 폐렴이 진행될 수 있는데 항생제 치료 등으로 대개는 3~4일, 길어도 1주일 안에 좋아진다”면서 “단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들은 폐렴이 급속 악화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고위험군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급성 기침을 유발하는 호흡기감염병은 38도 이상 열이 나거나 오한, 몸살 기운, 근육통을 동반하므로 이럴 때는 지체 말고 보건소나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야 한다.

기침이 8주 이상 지속되면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기침이 오래 가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가슴통증, 두통, 요실금, 늑골 골절, 실신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두 달을 넘어가는 기침은 원인이 되는 질병이 숨어 있으므로 이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흡연자는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경우 약 절반 정도에서 만성 기침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검사 전에 우선 한 달 정도 담배를 끊고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서울대병원 교수 9명이 함께 펴낸 책 ‘당신이 이제껏 참아온 그것, 알레르기입니다’에 의하면 만성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상기도 기침증후군(30~40%)’이고 천식(10~40%), 위식도 역류질환(20%) 순으로 많다. 세 질환이 만성 기침 원인의 70~80% 이상을 차지한다.

상기도 기침증후군

코와 그 근처에 문제가 있어서 하는 기침을 통칭한다. 알레르기비염이나 만성 비염, 만성 축농증 같은 코 질환이 대표적이다. 이들 질환의 주요 증상인 콧물은 코의 앞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목구멍 뒤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게 기침 신경을 자극해 만성 기침을 유발할 수 있다.

조상헌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뒤로 넘어가는 콧물로 인한 ‘후비루 증후군’이 있으면 목에 가래가 낀 것 같은 느낌을 받으나 실제 뱉어지는 건 없어 불편함이 크다. 아침에 잠에서 깬 후 약간 색깔이 진한 가래를 소량 뱉어내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증상 없이 기침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X선촬영이나 코내시경, 알레르기 원인검사, 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 봐야 한다.

콧물을 멈추게 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쓰거나 코 안에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매일 뿌려주면 기침이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고 부작용도 적다. 식염수 코 세척은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침형 천식

천식 때문에 기침을 하는 경우는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면서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전형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증상 없이 기침만 하는 ‘기침형 천식’은 진단이 어렵다. 김태범 교수는 “천식에 따른 기침은 가래가 없는 건성(마른 기침)이며 갑자기 콜록대거나 대개 같은 시간대에 발생하고 담배 연기, 자극적인 냄새, 운동, 찬공기 노출시 악화된다”고 했다. 기침형 천식은 환자 증상 만으로 진단은 힘들고 기관지가 얼마나 예민한지 체크해야 한다. 기관지확장제 반응 검사, 폐기능 검사 등이 필요하다.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이용해 천식을 치료하면 기침이 개선된다.

위식도 역류질환

사람의 식도와 기도는 매우 가까이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위산이나 음식물이 식도를 타고 거꾸로 올라오는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을 경우 가까운 기도를 자극해 기침을 부를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 역시 속쓰림, 명치 끝 통증 같은 전형적 증상이 있으면 진단이 쉽지만 이런 증상 없이 기침만 하는 경우도 많아 진단이 까다롭다.

뿐만 아니라 역류 현상은 있지만 그로 인해 식도염 같은 식도 내부 모양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경우 위·식도 내시경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확진하려면 24시간 식도 산도(PH)모니터링, 후두경 검사가 필요하다. 제산제나 위장운동촉진제 등 약물을 사용해 기침이 좋아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기침의 원인이라면 생활습관 교정이 따라줘야 한다. 고단백·저지방 식이, 취침 전 2시간 내 음식 섭취 금지를 실천하고 카페인·술·초콜릿 섭취를 가급적 피해야 한다. 잘 때는 베개를 10~20㎝ 정도 높게 하는 게 좋다.

만성 기침은 이들 ‘3대 요인’ 외에 장기간 흡연이나 일부 고혈압약(ACE억제제) 복용에 의해서도 생기는데 이때는 금연과 약물 대체로 고칠 수 있다. 김선신 교수는 다만 “만성 기침과 함께 누런색 또는 초록색 가래가 나오거나 핏덩어리를 가래로 내뱉는 경우, 체중이 이유 없이 자꾸 빠지고 식은땀을 많이 흘린다면 결핵이나 폐암, 기관지확장증 같은 ‘큰 병’의 위험신호일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을 가 보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기침 과민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조상헌 교수는 “목 부위에 있는 기침 신경이나 뇌에 있는 기침 센터가 어떤 이유로 인해 너무 예민해져 아주 작은 자극(찬 공기·담배 연기)이나 정상적으로는 기침을 유발하지 않는 자극(대화·운동·음식섭취 등)으로 기침을 계속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처럼 신경에 문제가 있어 기침 과민성이 생긴 경우 기침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로 기침을 치료하는 시도와 신약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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