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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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선택의 두려움

입력 2020-02-05 04:10:01


초등학교 때 푹 빠져 보던 미국 드라마 중에 ‘타임머신’이라는 시리즈가 있었다. 주인공이 꼬마 아이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험담이었다. 시간장치에서 역사의 사건이 뒤바뀌었다는 신호가 오면 두 사람은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이를 바로잡는다. 과거에 잘못된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설정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얼마 전 모임에서 만약 인생의 한 시기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언제로 다시 돌아가겠냐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짧은 순간에 인생의 여러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취직을 했다면 어땠을까. 고3 때로 돌아가 다른 학과로 진학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 순간에 다른 상황을 선택했다면 지금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해졌다.

어제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휴학, 대학원 진학, 유학 등 다양한 변수를 놓고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 고민스러워하고 있었다. 고민이 계속 이어져 혼란스럽다고 한다. 나 역시 20대 때는 인생이라는 책의 페이지를 한꺼번에 여러 장 넘겨버리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렸다. 잘못된 선택을 한 후,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선택 후의 과정과 결과를 건너뛸 수도, 넘겨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 시기에는 선택이 어려우며 확신을 가지기는 더욱 쉽지 않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이 된다면 내가 그 일을 간절하게 원하는지, 과정을 감내할 수 있는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한번 들여다보라고 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는 우리를 힘들게 한다. 지나가 버린 과거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테드 창의 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주인공은 세월의 문을 통과하여 20년 후 자신을 만나 과거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말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의 잘못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만약 우리에게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다면 그 기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반성하며 지금을 살아갈 수 있다. 선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수정할 수는 있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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