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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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면을 삶으면서

입력 2019-11-26 12:10:02


면 요리를 좋아하는 가족들 때문에 일주일에 몇 번씩은 면을 삶는다. 잡채를 할 때는 당면을 삶고, 비빔국수를 만들 때는 소면을 삶는다. 파스타를 만들 때는 스파게티 면을 삶는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면들이 참 많다. 면을 삶다 보면 면마다 익는 시간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같은 면이라고 할지라도 굵기가 어떠한지, 성분이 무엇인지에 따라 삶는 시간이 달라진다. 면을 삶을 때는 불 옆에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순식간에 끓어 넘칠 수도 있고, 엉겨붙지 않도록 면을 계속 휘저어 주어야 한다. 면을 뒤적거리며 알맞게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거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인데도 어쩌면 취향, 식성, 성격까지 같은 게 하나 없다.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었던 걸까 의구심이 들지만 분명히 어렸을 때는 서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똑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외모도 성격도 많이 다르다. 한 명은 외우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한 명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한 명은 낯선 곳을 싫어하고 무서움이 많은 데 비해 다른 한 명은 새로운 일을 항상 시도해보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재능이 늦게 발현되는 아이도 있고, 일찍 나타나는 아이도 있다. 내버려두어야 더 잘 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옆에서 잘 이끌어주어야 하는 아이도 있다. 부모는 내 아이를 자세히 관찰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며 평균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발견해 능력을 발휘하도록 가르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내 생각이 그게 아닌데도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기도 한다.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는 다른 아이의 소식은 그 어떤 뉴스보다 빨리 전달된다. 하지만 휘둘릴 필요는 없다. 조금, 천천히 가면서 아이가 무엇을 볼 때 눈을 반짝이는지 지켜보자. 이제 백세 시대라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한 가지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하지 않을까. 각자가 자기의 재능을 발현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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