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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턴 전성시대… 전문가 자문 질색인 트럼프 입맛에 딱

입력 2019-03-07 04:10:01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건물을 배경으로 야외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3일 폭스뉴스, CBS, CNN과 연쇄 인터뷰를 한 볼턴 보좌관은 이날은 폭스뉴스 계열사인 폭스 비즈니스 네트웍에 출연했다. AP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대사를 지낸 볼턴 보좌관은 한동안 한물 간 네오콘(neo-conservative·신보수주의자) 취급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전격 발탁된 데 이어 지금은 행정부 내 경쟁자를 모두 제치고 외교안보 정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4월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한 직후 후임자로 지명됐다. 당시 볼턴 보좌관은 친(親)트럼프 성향 매체 폭스뉴스에서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불만이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를 보다가 볼턴 보좌관의 언변에 매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사지 디애틀랜틱은 5일 “공화당 인재 풀이 갑자기 고갈되지 않는 이상 볼턴 보좌관의 공직 경력은 끝났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한때 대다수였다”면서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 남짓 만에 경쟁자를 모두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행정부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대통령 자문기구 성격이 강했다. NSC 구성원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도 빈번히 열렸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 등장 이후 NSC는 폐쇄적인 조직으로 급변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NSC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가치가 있는 정보와 분석을 선별하는 부서로 역할을 재규정했다. “NSC는 싱크탱크가 아니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문고리 권력’으로 떠올랐다. 그의 업무 방식은 긴 보고서를 읽거나 브리핑을 듣고 전문가 자문을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잘 들어맞았다. 대신 행정부 내 입장을 조율하는 NSC의 다른 핵심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 내 ‘어른 그룹’이 모두 사라지면서 볼턴 보좌관의 입김이 더욱 세졌다. 트럼프 행정부 현직 인사 중 전임 행정부에서 고위 관리를 지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볼턴 보좌관뿐이다. 일부 각료들은 볼턴 보좌관을 우회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 시도에 성공한 인물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라고 WP는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5일에도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는 경제 제재 완화를 결코 얻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자신들 전략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이 정부는 북한이 전 행정부에 팔았던 것과 똑같은 조랑말(pony)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화당의 팻 투미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재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일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난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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