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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룰’ 반칙 후폭풍, ‘AG 야구 드림팀’ 역사 속으로 퇴장

입력 2018-09-06 04:10:01
귀국하는 오지환

 
프로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올스타급 ‘드림팀’을 꾸려 아시안게임에 나서던 한국 야구의 모습이 4년 뒤부터는 달라진다. ‘병역기피’ 의혹을 받은 오지환·박해민이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야구 금메달을 환영하지만은 않았던 비판 여론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귀 기울인 셈이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승선이 곧 병역 혜택의 통로처럼 여겨지던 관행도 자연스레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KBO는 “2022년 9월 열릴 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는 KBO 리그 정규시즌을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프로리그가 있는 대만과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이번 아시안게임 중 리그를 중단하지 않았다. KBO는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깊게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KBO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긴밀히 협의, 국가대표 선발 기준과 규정을 새롭게 제정하겠다”고도 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현재처럼 각 프로 구단의 주축선수들로만 이뤄지는 형태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리그 중단을 하지 않는다면 아시안게임에 걸맞은 합리적 수준의 대표팀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대만이 실업야구 선수들을 내보낸 반면 미국프로야구(MLB)를 경험한 선수들까지 여럿 끼어 있던 한국은 ‘손쉬운 금메달’ 획득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한수 아래의 팀과 경쟁하다 보니 야구 금메달의 가치는 퇴색됐고, 다른 종목과 동일한 병역 혜택은 과하다는 여론이 불거졌다. 각 구단은 이 같은 여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장 사무총장은 “자카르타에서 KBO 리그 이사회가 열려 야구를 어떻게 개선할지 회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연령제한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인식 KBO 총재 고문은 “고교 졸업 뒤 4∼5년, 대학 졸업 뒤 2년 정도까지의 연령제한을 두고, 그를 넘어서면 배제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오지환처럼 오래도록 병역을 미뤄온 선수들은 선발 대상이 못돼 대표팀이 병역기피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대표팀의 관행을 고치더라도 향후 국제대회 성적이 나쁘면 안 된다는 점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종종 프로급으로 국제대회에 나오기도 한다. 장 사무총장은 “이번에도 일본이 프로 2군급으로 대표팀을 구성할까봐 걱정이 많았다. (경쟁국 대표팀 면면을) 미리 알긴 어렵다”고 했다. 김 고문은 “이왕 나간다면 성적을 내야 하고, 선수를 차출하는 구단들의 동업자 정신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실업야구의 저변을 키우는 것이 한국 야구계의 장기 과제다. 대학야구 리그가 돌아가지만 세계 성인무대에서 겨루기엔 한계가 있는 수준이다. 정운찬 KBO 총재는 아시안게임 기간 중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만나 “전국체육대회에 실업야구 종목을 열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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