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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아름다운 이별… 웃으며 헤어진 女농구 단일팀 코리아

입력 2018-09-03 19:20:01
여자 농구 남북단일팀이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케마요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통일한 후 다시 만납시다!”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 코리아의 북한 선수 노숙영이 모여든 취재진을 향해 짐짓 씩씩한 표정으로 말한 뒤 공항행 버스에 올라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촌 밖 버스 터미널까지 배웅을 나온 남한 선수들이 “숙영아, 숙영아! 인사는 해야지”라고 외쳤다. 노숙영과 장미경, 김혜연은 여행 가방만 실은 채 버스에서 다시 내렸다.

이문규 감독이 “여기서 다들 악수 한 번씩 하고 헤어지자”고 말했다. 남한 선수들이 북한 선수 3명을 원을 그리며 둘러쌌다. 남한 센터 김소담이 노숙영에게 “너, 냉면 먹고 살 쪄서 다시 올 거지? 잘 살아”라고 말했다. 노숙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미경은 눈물이 고인 눈으로 이 감독 앞에 “고맙습니다” 하며 고개를 숙였다. 남한의 박하나는 북한 선수들의 어깨를 끌어당겨 귀엣말을 건넸다. 맏언니로 팀을 이끌었던 임영희는 한명 한명 악수를 하고, 등을 두드려줬다.

남한 하숙례 코치는 북한 정성심 코치의 손을 놓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탄 북한 선수들과 정 코치는 창가에 붙어 계속 손을 흔들었다. 이 감독이 “잘 가, 다음 달에 보자”고 말하자 남아 있는 박지수 등 남한 선수들이 손을 흔들며 까르르 웃었다. 선수들은 울지 않았다. 다음 달에 서울에서 남북통일농구가 예정돼 있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봤다.

코리아는 3일까지 32일간 함께 했다.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냈다. 선수들은 이날 마지막 점심식사 자리에서 유니폼에 사인을 해 교환했다. 이 감독은 북한 선수들을 보낸 뒤 “행복한 마음으로 갔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처럼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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