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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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서울 서초구청장의 생환

입력 2018-06-15 05:10:02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붉은색(자유한국당 상징색) 깃발이 휘날린 곳이 서초구다. 주인공은 자유한국당 소속 조은희(57) 현 구청장. 나머지 구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휩쓸었다. 이를 두고 진짜 강남은 강남구가 아니라 서초구라거나 서초구가 서울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 지역이 아파트 재건축 수요가 많은 곳이라 정부의 재건축 규제를 막겠다는 조 구청장의 공약이 먹혔다는 분석도 있다.

서초구민이나 구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구청장의 첫 번째 승인(勝因)은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는 구절에 집약돼 있다. 기자, 청와대 비서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다양한 경험을 해서인지 특히 난마같이 얽힌 복잡한 현안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서초동 정보사 부지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국방부, 서초구가 개발방식을 놓고 20년 가까이 논란을 빚어온 사업이 마무리된 데는 조 구청장의 친화력과 꼼꼼한 일처리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생활밀착형 구정도 호평을 받았다. 횡단보도 옆에 세워 뙤약볕을 가려주는 차양막 ‘서리풀 원두막’, 버스정류장에 설치돼 겨울 칼바람을 막는 ‘이글루’ 등이 대표적이다. 조 구청장은 부자동네인데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원들에게 예산 절약과 책임 행정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영향인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서초구는 종합 청렴도 8.43점으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조 구청장의 생환이 낙선한 다른 현직 구청장의 업무처리 능력이 부족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의 인기나 바람의 덕을 보지 않았다고 부인할 수 없는 많은 민주당 소속 당선자들에게 가리키는 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는 언제라도 뒤바뀔 수 있는 정치 바람에 의존하지 말고 일처리 능력으로 승부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뒤를 그 누가 알리요.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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