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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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예측과 기대

입력 2018-06-13 05:10:02


우리가 ‘예측한다’고 말하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예측보다는 소망에 가깝다. 도서관에서 온갖 먼지나는 책을 뒤져야 했던 예전과 달리 인터넷의 방대한 데이터 중에 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찾는 것은 더 쉬워졌다. 이를 통해 실은 주장하거나 바라면서도 마치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게 되었다. 자가 주택 보유자들이 부동산 상승론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에서 논문을 쓰던 때, 내 실험 결과와 일치하고 내 주장을 잘 뒷받침하는 논문을 찾기 쉬웠다. 한편 내 결과와 반대인 논문 역시 찾기 어렵지 않았다. 갈팡질팡하는 논문이 되지 않으려면 내 주장과 일치하는 증거를 인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일관성 있는 고찰을 쓰기 위해 우리 편인 논문만 찾았지만, 내 결과와 일치하는 논문만 접하다보니 결국 나중에는 그것만 옳다고 믿게 되었다. 객관적이고 싶은 안간힘 속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과연 모든 과학은 과학적인가? 라고 묻게 되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통해 변화하는 주인공 네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대나 믿음을 지닌 채 자기와 다른 존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예측한다. 변화에 대한 기대는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작게는 한 사람, 크게는 세상의 일부를 변화시킨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상호작용하면서 미래를 조금씩 만들어간다. 원래 아이가 뛰어나서 부모가 칭찬을 했을까? 부모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서 아이가 훌륭하게 자랐을 가능성이 더 크다. 오라클과 트리니티의 기대를 통해 네오가 성장한 것이다.

언론에서 광장에서 술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한다. 하지만 예측은 완전히 과학적일 수 없다. ‘이래야만 한다’ 또는 ‘이럴 수는 없다’는 것은 실제로는 ‘이랬으면 좋겠다’일 때가 많다. 바람과 다른 결과를 걱정할 필요 없는 까닭은, 맡은 사람에게 기대를 주고 꾸준히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주원(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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